우울한 코로나 시대,
고립된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사물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 「지금은 공사 중」, 「우리 엄마」의 저자
박선미 시인이 펴낸 다섯 번째 동시집
외로운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표현한 따스한 동시집
코로나19 시대의 어린이들은 여러 가지로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감염병인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도 없습니다. 친구 사이의 폭행과 왕따,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함께 어린이들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놓여 있습니다.
오래 기다려 온 입학식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행사입니다. 더구나 초등학교 입학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입학식이 슬프다니요? 독자로서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시인은 동심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맨 첫 장에 실린 동시 「슬픈 입학식」을 한 번 읽어 볼까요?
무서운 바이러스 때문에
3월 2일에서
3월 9일로
3월 9일에서
3월 23일로
자꾸 연기되던
입학식
이제는
화상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고모가 사준 구두
이모가 사준 원피스
할머니가 사준 책가방도
저녁 뉴스 들었나 보다
시무룩해졌다.
나은이처럼
―「슬픈 입학식」 전문
무서운 바이러스 때문에 입학식이 한 달이나 밀리다가 결국 온라인으로 중계되듯 치러지고 맙니다. 동시의 주인공은 태어나서 처음 가는 학교이기에 그 무엇보다도 입학식을 기다렸을 텐데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입학하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학교를 보내는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을 기대와 설렘으로 맞이하는 건 어른 아이 할것없이 같은 심정일 테니까요. 짐작했겠지만 이 동시의 ‘무서운 바이러스’는 ‘코로나19’이지요. 이것 때문에 입학식이 자꾸 연기되는 상황을 그려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태이긴 하지만, 한껏 기대했던 첫 등교를 집에서 컴퓨터로 구경하는 꼴이 되었으니 실망이 오죽 컸겠습니까.
그 실망감을 ‘새 구두?-새 원피스 -새 가방’이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나은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은이를 위해 준비된 모든 사물들이 함께 시무룩해졌습니다. 입학식의 설렘이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시무룩하다’는 뭔가 못마땅한 상황에 대한 언짢은 감정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나은이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치르는 입학식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입학식이 하루하루 미루어졌지만 기다렸겠지요. 그런데 결국 ‘화상으로 대신’하는 입학식을 맞았습니다. 나은이의 실망감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것은 셋째 연의 구두와 원피스, 책가방 등입니다. 이들이 함께 시무룩한 것은 나은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문학적 상상입니다. 어린이의 맑은 동심은 슬픈 현실도 견뎌낼 수 있고 또 위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동시집에 수록된 한 편 한 편의 동시에는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 시적 상황에 여운이 남는다는 얘기입니다.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다양한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해하고 또 때로는 분노합니다. 나아가서 결핍의 공간을 메우려는 적극성마저 보입니다. 동시집 제목으로 사용한 『먹구름도 환하게』라는 작품은 이런 마음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서로 엇갈리는 노랫말이 합쳐져서 밝은 내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먹구름’과 ‘환하게’ 사이에 ‘도’를 넣어 어두운 오늘을 벗어나 희망을 품게 합니다.
실컷 울고 나면
먼 길 떠날 수 있다.
―「먹구름도 환하게」 전문
2행의 짧은 시입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동시가 갖는 쉬운 노랫말의 흐름을 이해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먹구름은 소나기처럼 강한 비가 내릴 때 몰려 있는 구름입니다. 한바탕 비를 쏟아내고 나면 하늘이 화창하게 갠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어린이들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마음속에 있는 불행이나 고통을 쏟아내고 나면 더 나은 내일을 맞을 수 있다는 시적 상상이 가능해집니다.
박선미 동시집 『먹구름도 환하게』는 아이들의 일상을 발랄한 언어 속에 손에 잡힐 듯 세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선미 시인은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표현합니다.
이번 동시집 『먹구름도 환하게』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부딪침과 어긋남을 부드럽고 따스한 공간으로 감싸려는 성숙한 동심이 배어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서로 감사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고, 잘못된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배려하는 사랑으로 상대를 포용하기도 합니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시인이 바라본 세계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동시집 『먹구름도 환하게』에는 그리움과 설렘, 또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담은 노랫말들로 가득합니다. 한 편 한 편의 동시가 어린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희망을 던져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