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지만 진솔한 예술가들의 속 이야기
― 최삼경 에세이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 강원의 화인열전 1』
강원도청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는 현직 공무원이며 자유 기고가로서 여러 방면의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 최삼경 작가가 신작 에세이집을 펴냈다.
“강원의 화인열전 1”이라는 부제가 붙은 에세이집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은 저자가 열여덟 명의 화가 및 조각가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2013년부터 8년 동안 강원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와 조각가 등 예술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였고, 그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투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틈틈이 이런 저런 매체에 실어왔다. 그중 서른여섯 명의 예술가를 추려서 단행본 원고를 완성하였는데, 원고가 워낙 방대하여 두 권으로 내기로 하였다.
이번에 나온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 강원의 화인열전 1』에서는 “권용택, 김명희, 김수학, 김춘배, 박황재형, 백윤기, 서숙희와 신대엽, 안종중, 이광택, 이수, 이형재, 임만혁, 정춘일, 정현우, 최창석, 홍귀희, 황재형” 이상 열여덟 명의 작가를 다루고 있다.
내년에 나올 <화인열전 2>에서는 “강신영, 길종갑, 김예진, 김운성, 김주표, 김진열, 박환, 백중기, 서현종, 이장우, 이재삼, 임근우, 임재천, 전수민, 전영근, 정두섭, 최영식, 황효창” 등 열여덟 명의 작가를 다룰 예정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때는 심심 건조했던 사무실에서의 해방이라는 사적인 즐거움에 내심 마음이 가벼웠지만,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렇게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붓을 놓지 못하는 그네들의 삶에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였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 시마(詩魔)에 사로잡히듯 어쩌면 그네들도 화마(畵魔)에 포박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일생을 어쩌지 못하는 무병 같은 화업이 또한 그들의 삶과 세계를 어려우나마 버티게 해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등짐이 꼭 짐만이 아니라 길을 함께 가주는 반려의 힘을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쨌거나 이 척박한 땅에서 예술을 하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다만의 박수와 관심으로 그 길이 어찌 다 꽃밭이고 봄 길이 되겠습니까만 그저 허허한 마음이라도 담아 응원을 보냅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땅에서 예술을 업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술을 하기에는 척박한 사회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그런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위로와 위안을 받지만, 정작 예술가 본인과 그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돈도 안 되는데, 그들은 왜 일생을 걸고 예술에 온몸을 던진 것일까. 예술가들 스스로는 자신의 예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스스로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책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답변은 제각각이다. 그 제각각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라고 하겠다.
하지만 공통의 정서도 있다. 즐거움이다. 완성된 작품이 나오기까지 고된 과정마저도 그들은 즐겁다 한다. 왜 즐거운지 어떻게 즐거운지는 물론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찾아 읽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재미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예술 평론가들이 쓴 책처럼 학구적이거나 딱딱하지 않다. 스스로 예술에 문외한이라고 밝힌 저자는 “예술에 문외한이니까 오히려 일반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물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예술가의 삶이 물씬 풍기는 이유다.
또한 이번 책은 글도 글이지만, 작가별로 열 편 이상의 작품들을 크게 크게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마치 도록을 보는 듯하다. 굳이 미술관을 가지 않더라도 책을 통해 충분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한 편집이 눈에 띈다.
예술가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특히 강원도에서 어떤 예술가들이 어떤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