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섹션으로 만나는
젊은 건축가의 상상, 탐구 그리고 조정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의 2020년 수상자 비유에스건축, 지요건축, 온건축을 소개한 책 『젊은 건축가: 상상하고 탐구하고 조정하다』는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성장 과정의 젊은 건축가가 수상을 계기로 자기 건축의 출발점과 지향점을 확인하고 치열함과 일관성을 다시 한번 정비하는 ‘건축가 노트’이다. 두 번째는 수상자의 건축적 지향이 잘 묻어나 있는 프로젝트를 관람하는 지면이다. 이를 통해 그 자체로 아카이브이자 지난 10여 년을 대표하는 젊은 건축가 색인집으로 작동해 온 이 책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 세 번째 섹션은 이전 수상자와의 경쾌하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젊은 건축가의 고민과 관심사를 엿보는 자리이다. 한승재(푸하하하 프렌즈, 2019년 수상자), 김수영(숨비건축, 2014년 수상자), 이정훈(조호건축, 2010년 수상자) 등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각각 올해 수상자를 만났다. 지속 가능한 사무실 운영에서부터 집요하게 붙들고 가려는 건축 개념 그리고 단단한 건축가로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까지, 가벼운 자리의 진지한 이야기가 많은 젊은 건축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섹션은 비평가의 리뷰가 장식한다. 수상자와 함께 주요 프로젝트를 답사하고 질의하는 시간을 가진 각각의 비평가는 세 팀이 보여주는 건축 특징을 따뜻하고도 낯선 혹은 날선 시선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현명석은 비유에스의 일상을 향한 집요한 천착이 가끔은 예술적 야심으로 발현돼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힘이 되기를 주문한다. 장용순은 쌓이고 겹치는 시간, 삶의 리듬 안에서 만들어진 김세진의 ‘깊이’가 일관된 치열함으로 그 깊이를 더해갈 때 알바로 시자(Alvaro Siza)나 페터 줌토르(Peter Zumthor)보다도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의 말을 잊지 않았다. 임성훈은 재료 탐구와 실험에 초점이 맞춰진 정웅식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을 발견해 낸다. 그가 “정웅식의 건축이 지닌 과감함은 우리 전통이 지닌 또 다른 표현이며, 우리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균형이다.”라고 말한 것은 하나의 문제 제기에 지나지 않지만, 젊은 건축가로서 아직은 건축적 사고가 현재 진행형이며 미완성이라는 정웅식에게 이것이 명료한 지표가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뉴노멀의 시대 한가운데서 2020 젊은건축가상은 여전히 특별한 건축가를 찾는다는 수상자 선정의 변은 그 무엇보다 세 팀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낸다. “세상은 진부한 다양함과 상투적인 새로움으로 가득하지만,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하게 되는 건축가는 다양한 삶에서 출발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건축가들이다.” 지금, 이 세 팀의 건축가가 일관성과 치열함을 전제로 어떻게 삶과 건축을 맞닿게 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들여다보자.
진부한 다양함과 상투적인 새로움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일관되고 담담하게 제 목소리를 찾아가는 세 팀의 특별한 건축 이야기
이 책의 제목 ‘상상하고 탐구하고 조정하다’는 언뜻 각각의 수상자에게 일대일로 대응하는 키워드 같지만, 기실 상상과 탐구와 조정이란 행위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설계 방식이기도 하다. 실체화되기 이전까지 기나긴 시간을 상상하고, 삶과 자연과 방법을 탐구하며, 건축적 경험과 서로 다른 가치와 재료의 균형점을 조정하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고 새로울 것 없는 행위가 젊은건축가상이 발굴해낸 특별한 건축가들의 재치, 끈기, 정성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소통을 전제한 낯설게 보기와 동화적 상상력으로 건축의 상투성을 극복하는 비유에스건축
비유에스건축은 박지현, 조성학이 설립하고 2년 전 우승진이 합류한 건축사사사무소다. 그런 만큼 치열하게 토론하고 서로를 가르치며 배움을 얻고자 한다. 영문명 B.U.S Architecture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가장 가까운 교통수단 중 하나인 ‘버스’처럼 소통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가길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By Undefined Scale’이 의미하는 것처럼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건축을 낯설게 보기, 동화적 상상력 등의 여러 방법으로 구축해 보려고 한다.
시간과 삶의 리듬이 만드는 건축의 깊이로 공감의 건축을 꿈꾸는 지요건축
장소와 삶에 대한 맥락을 살피고 구축 방법을 모색하며 적절한 물성의 재료를 선별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김세진은 유연한 태도와 특유의 치열함으로 이 같은 보편의 영역을 담백하고 절제된 어휘의 건축으로 특별하게 끌어올린다. 궁극에는 자신의 건축이 고요함과 담담함의 세계 내에서 스스로 깊어지고 넓어져 다수가 공감하기를 바라고 있다.
삶과 공간의 질서를 아우르는 장인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려는 온건축
온건축의 정웅식은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영역을 의미 있게 계획하여 가치 있는 결과물을 창조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관찰과 실험으로 다양한 건축 개념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로써 사용자들이 행복해지길 희망한다. 한편으로는 울산의 건축가로서 울산뿐 아니라 지방 도시의 건축 문화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젊은건축가상 소개
젊은건축가상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수상 제도로 한국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젊은 건축가 발굴을 목적으로 한다. 수상을 통해 그들의 건축적 세계를 피력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젊은건축가상은 더 나아가 한국건축이 문화적 저변을 확대하고, 세계와 교류하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젊은건축가상 홈페이지 http://www.youngarchitect.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