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와 제주, 교육으로 만나서
핀란드와의 교육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담당자로서 여러 일들을 함께하면서 핀란드와 제주 교육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분들과의 만남은 거창한 교육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서로 공유하고 배우려고 했던 시간들이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2016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엄을 담당하면서 만난 핀란드 교육은 너무 멀어보였습니다. 부럽기도 했고, 다른 교육환경이 남의 이야기로만 머물렀습니다. 그래도 숙제처럼 남아 있는 마음이 묵직했습니다.
‘서로 잘 배우는 길은 함께해보는 것.’
핀란드와 제주 교육에 대해 공동연구를 해보자는 저의 제안에 앤 라사카 선생님이 보내온 이메일 답장은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핀란드 교육에 대해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지 제주 교육에서 배울게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었으니까요.
제주의 선생님들을 만나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토론하는 핀란드 교육자와 함께 보낸 공동연구 40일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진심으로 제주 교육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배운다’라는 말이 마음을 자꾸 흔들었습니다.
핀란드에 파견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위베스퀼레에서 생활하고 학교를 방문하고 공부하면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잠재력을 성공으로 이끄는 핀란드 교육은 서로 비교하지 않는 것, 그 한 사람을 존재 자체로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였고 삶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배우고자’ 노력하는 것이었습니다. 존중하니까 상대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비교’가 사라진 곳에서 ‘존중’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의 깊은 철학적 의미를 구체적인 경험에서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비교’하느라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제주 교육의 장점, 저마다의 탁월함을 미리 재단해버리고 핀란드를 부러워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우린 다르다!’라고 미리 단정지어 버린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았습니다.
핀란드 교육자들과 함께 서로 배우고자 했고, 더 나은 협력을 위해 토론했던 과정들을 담담히 기록해보았습니다. 핀란드에 가서 제주 교육자의 시선으로 만났던 교육현장 이야기도 정리해보았습니다.
국제심포지엄과 공동연구로 시작된 연결은 교사교류와 업무협약, 제주국제청소년 포럼 등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협력과정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公)적인 경험이기에 마땅히 공유하여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정리하는 시간 동안 제주 교육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제주 교육을 만들어가는 많은 분들께 핀란드 교육자의 시선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제주와 많은 것이 다르지만 또 많이 닮아 있는 핀란드!
이 책이 제주와 핀란드를 연결하여 무엇이든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록이 되길 희망해봅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서로 만들어가고 있는 제주와 핀란드의 교육협력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책이 출판되기까지 기록의 공유를 흔쾌히 허락해주신 앤 라사카 선생님과 방문을 허락하고 진심으로 함께 참여해주셨던 여러 학교 선생님들,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을 담아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