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일상을 앗아간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집안에 갇힌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가야 하는 이들 모두 불안하고 두려운 심정입니다. 이런 비자발적 통제가 초래한 불안과 두려움은 우울함을 부릅니다. 그리하여 강도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요. 이 글을 시작할 때의 나는 방금 닥칠 이런 일들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내 삶에 수시로 달려드는 스트레스 상황과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다른 이들은 어떻게 견디고 헤쳐 갈까.’ 다양한 원인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한 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전통 의학에서는 마음이 모든 질환의 근본 원인이라 합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도 스트레스에 근원하지 않는 질병을 찾기 어렵습니다. 마음의 병과 몸의 질환은 유기적 연관을 갖습니다. 이렇게 보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 다친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생깁니다.
그래서 ‘깊은 호흡으로 일단 멈춤’을 제안해 보았습니다. 일종의 명상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유명 IT기업의 사내교육프로그램으로 명상이 도입되었고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집니다. 명상이 스트레스 상황을 개선하고 일의 성과를 향상하는 데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하지요.
명상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활동입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조용한 공간을 찾아가서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는 형식을 갖춰야 명상인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일상의 다양한 활동-읽고 쓰며 · 맛보며 · 보면서 · 움직이며 · 생각하고 말하며-을 매개로 마음의 건강을 도모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각 에피소드 아래에는 동양의 고전에 나오는 말을 소개하였는데, 이를 심호흡하듯 읽어 보는 것 또한 명상의 일환이라 여깁니다.
요는 다친 마음과 정신을 버려두지 말고 스스로 보듬고 치유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나 스스로에게 동시에 같은 처지의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스스로를 달래야 한다는 것이 시작이었고, 그 다음엔 ‘당신도 그렇다면’이었습니다.
처음 자판과 마주하던 순간에 책상 위에 펼쳐진 『맹자』는 하필 “인은 빛이 나고 불인은 치욕스럽다.[仁則榮 不仁則辱]”고 이야기 하고 있었지요. 이 문장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글을 써 내려 갈 힘을 얻었습니다. 어느 날엔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의 대사로 나온 문장 “소신에 대가가 없는 삶”이라는 말에 또 한 번 쿵! 어깨를 걸어주는 느낌이었을까요.
지금까지 많은 문장들을 만났고 그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격려와 위로를 얻었고 연대감을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글의 힘입니다. 여러 매체 안에서 문자로 표현되었던 구절들이 이제 사람의 일상으로 다가와 살아나는 겁니다.
그리하여 읽고 쓰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삶을 위해 참 고마운 능력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것의 소중함을 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리고 그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