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온전히 사랑하는 법
밀물 때는 바닷물, 썰물 때는 갯벌이 작가의 놀이터였다.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면 조개를 줍고 파래와 김을 뜯어다가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했다.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잠깐이면 대바구니에 조개가 가득 찼다. 바닷물이 빠지는 날에 따라 밥상은 달라졌다. 꼬막무침, 삶은 바지락, 펄 낙지, 생굴. 살림살이가 각박해도 삶이 각박하지 않았다. 풍요로운 바다와 갯벌에서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그 풍요로움을 그리워한다는 것, 그것은 인생의 완숙기에 들어선 작가만의 여유다.
수필집의 마지막 글은 ‘튼튼이와의 첫 만남’이다. 할머니가 되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모습에서 하늘처럼 푸른 늙음을 이야기한다. 첫 손자가 태어나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새 생명이 좋아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함께 걷고 서로 바라보며 나누는 모습은 각박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향기를 전해준다.
현대인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줄곧 달음질친다. 그러나 인생은 직선이 아닌 곡선. 곡선은 한걸음 느리게 사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은 참깨 씨앗 하나 심고 가꾸는 작가는 작지만 소중한 삶의 희망을 노래한다. 잠시 멈춰서서 참깨꽃 향기 맡아보기를, 그 꽃에 담긴 기대를 맛보기를, 지난 삶에서 가장 진실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돌아보기를, 마침내 내 삶을 온전히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