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은 하나의 세계가 태어나는 존재사건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 길러지고 한 사람의 성인이 된다. 한 생명이 태어나 하나의 세계를 품은 개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신비한 일이다. 어떻게 아이를 낳아 키울 것인가는 그만큼 중요한 과제이다. 거기에는 인간관,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윤리와 종교 등의 모든 문제들이 집약되어 있으며, 어떻게 한 인간으로 존재하느냐의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기를 잉태하고 낳아 기르며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기록해둔 육아 일기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에는 탄생과 육아의 철학, 한 아기를 낳고 기르면서 떠오른 단상에서 길어 올린 사유들, 아기의 언어발달과 성장 과정에 대한 기록, 한 아기를 어떻게 양육하고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들어 있다. 이는 아기에 대한 기록만이 아니라 아기와 상호작용하며 체험했던 나 자신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동시에 아기를 기르면서 새롭게 경험했던 것으로부터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한 사람의 탄생과 존재 의미에 대한 사유가 들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양육하는 동안 아이와 관계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나의 이야기이자 철학이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가졌음직한 보편적 물음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