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웅크린 모험심을 가만가만 자극할 멋진 그래픽노블!
모험은 갑자기 시작된다.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집을 떠나 길 위로 나서는 순간 모험은 시작되는 것이다. “난 떠나야겠어.” 느닷없이 그 말을 하고서 에르네스토는 자신이 살던 나무에서 내려와 세상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게 용감한 나무늘보 에르네스토의 모험은 시작된다. 에르네스토는 단짝인 피터와 함께 살고 있는 멋진 나무를 사랑하지만, 어느 날 아늑한 집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자신들이 늘 보던 하늘을 가리키며 “이건 단지 하늘의 한 부분일 뿐이야, 피터. 나는 하늘 전체를 보고 싶어!” 그리고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세상 도처에 도사린 위험을 경고하며 단짝 피터가 말리지만 이미 모험 길에 나선 에르네스토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다. ‘우물 안 개구리’나 마찬가지였던 에르네스토의 세계가 확 넓어지는 순간이다. 에르네스토는 상냥한 고래 친구를 만나 바다 위 하늘을 보고, 또 사막에서 아름다운 별자리를 발견하고, 북극에서 신비한 오로라를 관찰하기도 하며 광활한 세상을 경험한다.
반면, 피터는 맛있는 히비스쿠스를 우적우적 씹고 구름을 구경하는 일상의 평온한 삶을 즐기는 진짜 게으름뱅이 나무늘보이다. 게다가 겁도 많아서 나무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니, 용감하게 길을 나서는 에르네스토의 모험을 만류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집에 혼자 남아 모험 떠난 친구 걱정에 조바심을 내던 피터도 결국 길을 떠나게 된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나선 길이어서 에르네스토의 광대한 스케일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스스로 용기를 배우고 시야를 넓히는 또 하나의 작은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캐릭터,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럽다!
먼저, 표지를 보자. 서로 꼭 닮은 듯하면서, 또 달라 보이는 나무늘보 둘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다. 둘은 단짝이다. 아주 사이좋은 단짝이지만 둘은 생각도, 성격도 너무 다르다. 한눈에 봐도 얼굴 가득 걱정이 서려 있는 피터와 똘망한 눈망울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있는 에르네스토가 이 그래픽노블의 주인공이다. 책장을 넘기면, 두 나무늘보는 몸의 윤곽이 두껍게 드러나 있고, 눈이 지나치게 크며, 때로는 사지가 휘청거리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들의 과장된 움직임과 표현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이 우스꽝스럽게 귀여운 캐릭터들이 벌이는 모험은 혼자 책 읽기를 할 줄 아는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빠져들 만큼 단순하면서도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두 나무늘보의 캐릭터는 서로 다른 존재와 성격을 보여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며, 그들의 모험은 모든 이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독자들은 두 나무늘보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은 이 독특한 그래픽노블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은 다음에, 그냥 덤으로 얻어지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