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성 표현 위해 그리고 쓴 현정원 수필가의 『제주 2년 그림일기』
2009년 『현대수필』로 등단하여 2013년 첫 수필집 『엄마의 날개옷』과 2020년 두 번째 수필집 『아버지의 비밀 정원』을 출간한 현정원 수필가가 2018년 1월, 서울 마포에서 제주도로 터전을 옮기면서 쓰고 그린 2년여 간의 글과 그림으로 『제주 2년 그림일기』를 출간했다.
은퇴 후 하루 종일 붙어 있게 된 남편과 벌이는 실랑이와 세대와 문화가 다른 이웃들에게 스며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제주 기생화산인 오름과 올레길 등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광이나 여러 유적지나 기념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 뮤지컬과 오페라와 영화와 그림 등을 보고 들으며 느낀 감상을 곁들였다.
2018년 1월 29일, 현정원 수필가가 글감도 구하고 취미 삼아 그리는 그림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2년 작정으로 사방 10㎝의 작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림일기는 2019년 12월 21일까지 이어졌다. 작은 이야기 160개를 모음과 동시 180㎝×80㎝ 크기의 커다란 모자이크 그림도 완성했다.
현정원 수필가는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 대견했습니다. 자랑하고 싶어진 거예요. 글이 훌륭하고 그림이 멋져서는 아닙니다. 꾸준함을 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어요. 메모 같은 일기라고는 해도, 크기가 작은 그림이라고는 해도 시간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책 출간을 결심한 후 그 모두를 책에 실을 수 없어 약 6개월 단위로 끊어 1부에 24편(2018. 1. 29∼2018. 6. 21), 2부에 28편(2018. 7. 6∼2018. 12. 31), 3부에 26편(2019. 1. 2∼2019. 6. 23), 4부에 19편(2019 7. 9∼2019 12. 21) 모두 97편의 일기를 이번 책에 선보였다.
『제주 2년 그림일기』에 대한 현정원 수필가의 자부심 이면에는 ‘일기를 책으로 엮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하는 스스로를 향한 질문도 스며 있다. 그것이 혹시 ‘많은 사람 앞에서 하는 진지한 누드 공연’은 아닌지, ‘존 버거 식으로 말해 시선의 대상이 됨으로써 그 몸을 이용하도록 자극하는 또 다른 형식의 복장, 그러니까 벗은 몸을 입는 것’은 아닌지,라고 작가는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현정원 수필가는 “말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옷을 입는 작업이라고요. 저의 일기쓰기는 저를 저 되게 하는 옷, 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옷을 조금씩 걸치는 작업이라고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몸은 사람의 몸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게는 저의 일기쓰기가 일상을 살며, 에피소드를 통과하며, 제 자신을 어떠한 ‘사람’으로 창작해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는 거지요. ‘나’라는 진실에 감수성이라는 옷과 연민의 액세서리, 반성의 스카프를 붙이고 두르면서요”라며 이번 그림일기 작업은 작가 자신의 정체성 표현하기에 의미가 있었음을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