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자유롭다!
1년에 3:3:6타임,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인생 공식을 만들어가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의 ‘따로 또 같이’ 라이프
“한비야가 결혼을 했다고?”
한비야가 네덜란드 출신 국제구호전문가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이하 안톤)과 결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보였던 반응이다. 죽을 때까지 싱글로 살 것 같았던 대표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처음 알게 되어 멘토, 친구, 연인 관계를 거쳐 만난 지 15년 만에 부부가 되었다. 올해 3년차 부부인 두 사람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함께 고민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2인 프로젝트 팀이기도 하다.
먼저 사는 방식이 남다르다. 부부라고 해서 24시간 365일 붙어 있을 필요가 있을까? 60년 넘게 다른 곳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함께 있는 시간만큼, 각자의 공간과 시간이 소중하다. 1 년에 3개월은 한국,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내고 나머지 6개월은 따로 지낸다. 이른바 ‘336타임’이다. 그렇게 3년을 해보니 지금까지는 꽤 만족스럽다. 이 책은 함께하는 시간은 더 없이 행복하고 색다르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은 본래의 삶을 이어가기에 충분히 자유로운, 두 사람의 실험적 결혼 생활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인생에서 무엇을 하기 위한 ‘적기’는 없으며, 가족을 이루며 사는 ‘방식’에도 정답이 없음을 알려준다. 자신의 가치관과 여건에 따라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고, 자유를 누리며 살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을,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스펙트럼으로 펼쳐질 수 있음을 두 사람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보여준다. 이들의 결혼생활의 대원칙은 ‘모든지 반반씩’이다. 비용도, 계획도, 집안일도 깔끔하게 50대 50으로 나누다보니 다툴 일은 줄고, 즐거운 일은 늘었다.
가까이 하되 너무 가깝지는 않게,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며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답게 살고 있다
혼자 있는 힘과 오랫동안 구축해온 정신적.경제적 독립은 한비야와 안톤을 이어준 큰 세계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혼자 있는 힘이 있어야 둘이 있는 힘도 더욱 단단해지고 풍성해진다’고 말한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을 때 둘이 같이 있어도 충분히 독립적이고 만족스런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계획하고 실행하기 좋아하는 두 사람의 ‘프로젝트’ 성공?실패기도 흥미롭다. 쿠바 신혼여행, 스페인어 공부, 살사 배우기, 박사 과정 분투기 등을 통해 막연했던 아이디어에 구체적 계획이 되고, 하나의 프로젝트로 탄생하는 과정.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성공하든, 실패하든 ‘계획’ 세우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또한 한비야가 본 네덜란드, 안톤이 본 한국 이야기를 통해 각 나라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서를 알아가고, 긴급구호전문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읽는 것도 이 책을 보는 묘미다.
인생의 후반기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용기를 주는 책, 아직 인생의 전/중반기를 달리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을 줄이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대단하진 않아도 재미있게는 살 수 있는 삶의 다양한 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자기만의 인생 공식을 만들어가는 즐거움과 ‘따로 또 같이’라는 인생 옵션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대단하진 않아도 재미있게는 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