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업무 경험이 부족한 실무자를 위한
재정장교로서 느꼈던 계약업무의 중요성과
재정병과의 소중함이 수록!!
◈ 도서의 개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탈고와 고민을 하였습니다.
시작은 단순히 실무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그들이 훗날 참모 없이 계약업무를 해야 할 때 도움이 되고자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이 완성되고 불현듯 내가 이 책을 왜 만들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조차 이 책의 목적이 궁금했습니다.
“나는 왜 이 책을 쓰는 것인가?”
유시민 작가는 『표현의 기술』에서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의 말을 빌려 사람들이 책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 ‘미학적 열정’, ‘역사에 무엇인가 남기려는 충동’, ‘정치적인 목적’ 그리고 ‘돈벌이’….
이 다섯 가지 중 나한테 해당되는 것이 있는지 고민해 보았으나, 어떤 것 하나 정확히 나의 글쓰기 목적을 대변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나를 돋보이게 하지는 못합니다. 습자지처럼 얇은 나의 지식은 돋보이기는커녕 치부를 드러낼까 두려울 뿐입니다.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나의 표현력은 미학적 열정과는 무관하며, 이 책이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목적과 돈벌이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나와는 무관합니다.
사단 참모를 시작하는 날, 계약업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실무자 말에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당장 계약업무를 해야 하기에 무엇보다도 계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싶었습니다.
두려움은 경직된 사고를 유발해 간혹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특히 금전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재정병과 인원들에게는 그 실수는 단순히 바로잡고 앞으로 잘하면 되는 차원이 아닙니다. 나의 실수가 타인의 금전적 손해이기 때문이지요. 법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계약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병과로 살아가는 많은 인원은 계약이라는 등짐을 전역하는 그날까지 지고 가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느낀 점은 시중의 계약 관련 서적이 계약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20대 중반 단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우리 후배들에게 그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많은 군인이 그렇듯 나 또한 지난 15년간 그리고 앞으로도 군과 임무를 위해 살아왔고 살아갈 것입니다. 개인적인 삶은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못난 남편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군인과 가족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요. 어쩔 수 없습니다.
나도 모르는 내면 속 어떤 이유를 재정참모로서 모신 첫 사단장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Dilige et fac quod vis’
라틴어로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라고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지금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일이 바로 이 책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나의 자아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입니다. 물론 이 책이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새롭게 군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약간의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내가 알고 있는 얕은 지식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다른 글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바람을 위해 내일도 펜을 들 것입니다.
2005년 3월 후보생으로 입교했을 때 시작한 나의 ‘수양록’은 아직까지 진행 중입니다. 이 책은 군 생활 동안 이어온 내 수양록의 기록인 것입니다. 초급 재정 장교로서 느꼈던 계약업무의 중요성과 재정병과의 소중함이 포함되었습니다. 예시로 담은 내용은 대부분 나의 경험이나,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인 계약에 대해 쉽게 알려주고자 하는 점을 감안해 일부 허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덕분에 평소보다 많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김훈 작가님의 글을 통해 은유적이면서 직설적인 표현을 알게 되었고, 『경찰 속으로』의 저자 원도 님의 글을 통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정원 변호사님께서 집필하시고 법률문화원에서 출판한 『공공조달계약법』은 지금까지도 늘 옆에 두고 참고하는 책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만나 뵙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으나, 우선 지면으로 대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장교로서의 삶을 허락해 준 조국과 육군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참모를 도와 부대를 위해 그리고 재정병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준 11사단 전우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은 후배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서는 찾지 못한 우리 군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