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소설 <봄볕에 간간>은 묻는다.
“한 세대를 거쳐 다시 자신의 딸들이 전업주부가 될 수 없음에도 전업주부이기를 강요당하는 무한 반복의 ‘가족의 자리’ 속에서 인간은 무엇이고 관계는 무엇인지 서로 이해하고 보살핀다는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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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미숙의 두 번째 작품집 <봄볕에 간간>은 시간의 간격이 길다. 왜 소설을 시작했는지, 그 첫 시작을 그린 소설에서부터 80년대 작은 읍에서 만났던 학교까지 시간여행을 했다가 자신의 공간을 찾아 나서고 환갑을 맞아 길을 떠나는 40여 년의 시간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녀의 소설은 그녀의 삶과 닮아있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으려는 착함이 작가 이미숙이 살아온 방식이고 그래서 소설집 <봄볕에 간간>은 모난 데도 없고 심심하기 그지없다. 성공적인 작가도 치열한 페미니스트도 아닌 까닭에 자괴감이 곳곳에 묻어 있지만 그 심심함과 솔직함이 주는 위로가 크다. 고단하고 힘들 때 큰언니가 차려준 밥상처럼 짜지도 맵지도 달지도 않다. 심심한 나물 반찬에 뚝배기 같다. 아마도 여기서 더 욕심을 내었다면 살지도 않은 자기 시대에 대한 인스턴트 가공식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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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소설을 필사하던 시절의 문장을 닮아있고 정체성을 찾아 길을 떠난 청년의 흔들림에도 닿아 있다. 여전히 가족의 한 가운데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여전히 그들의 시간 속에 갇혀 있기도 하다. 환갑을 맞아 길을 떠났지만 여전히 자신과 연결된 그 모든 인연의 의미들을 손쉽게 끊어내지 못한다. 기억하고 상처받고 연연해 한다. 자신의 길을 자신의 두 발로 걷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여전히 걱정하고 근심하고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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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도 감정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파격적인 결론이나 파국이 없어도 살아있음에 대해 관계 맺음에 대해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의 이야기꾼이 아닐까. 그 이야기들을 위해 애면글면 자신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보내왔다는 것은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 장이정수(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의 발문 '착한 여자의 지독한 외로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