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가, 장르문학 분야의 빛나는 신예, 남유하의 첫 소설집
“소중한 이에게 편안한 죽음을 선사합니다.
안락사는 다이웰, 주식회사 다이웰.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저출생 고령화 문제로 정부기관이 노인을 관리하는 세상. 생존세를 내지 못하면 ‘국립존엄보장센터’라는 국가 기관에서 24시간을 보낸 뒤 죽음을 맞아야 한다. 센터에 입소한 순간 팔목에 타이머가 채워진다. 23시 59분 59초에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해 시분초가 모두 0을 가리키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죽게 된다. 시간을 앞당길 수는 있지만 늦출 수는 없다. 스물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눈을 감게 되는 것일까? 「국립존엄보장센터」는 곧 우리에게 닥칠 현실 같은 기시감을 주며, 존엄사나 안락사와는 또 다른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표제작 「다이웰 주식회사」에도 비슷한 안락사 시설이 등장한다.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에 걸린 감염자들은 심폐 기능은 정지되지만, 뇌가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식욕만 남은 상태로 존재하는, 그야말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놓인 좀비 같은 존재이다. 다이웰 주식회사는 이들을 위한 국가공인 안락사 기관이다. 하지만 안락사 비용은 2천만 원이 넘어 보통 사람들로서는 엄두도 못 내고, 감염자의 완전한 죽음을 원하는 누군가(가족이나 친구)가 감염자의 머리통을 망치로 내리치거나 내다버려야만 한다. ‘나’는 다이웰 주식회사의 계약직 직원으로 모두가 꺼려하는 안락사 작업을 맡고 있는데, 24개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최악의 고객을 만나게 된다. 두 작품이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라면 「하나의 미래」와 「미래의 여자」는 삶에 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생각 때문에 이혼을 하고 낙태 수술을 하러 병원을 찾은 ‘오하나’. 그런데 수술대에 올라 눈을 감기만 하면,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시간 여행의 의미는 무엇이며, 누가 계획한 것일까? 과연 오하나는 수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50세 생일에 케이크의 촛불을 끄자마자 마술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소설가인 아버지는 어머니를 찾지 말라 한다. 어머니에겐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미래의 여자」는 어머니의 실종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던 주인공이 아버지가 남긴 ‘미래의 여자’라는 소설을 읽다 어머니의 정체를 알게 되는 내용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 하나의 우주에 동일한 사람이 존재할 수 없다는 법칙에 따라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만나게 되면 미래의 나는 사라지는, ‘타임 패러독스’ 장치를 활용해 현재의 삶에 끼어든 미래로 인해 겪게 되는 지독한 혼란을 그렸다.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가이자 장르문학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신예 남유하 작가는 삶과죽음을 관통하는 근미래소설 네 편으로 첫 소설집을 엮었다. 기이한 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이 조화롭게 빛나는 『다이웰 주식회사』는 작가의 이름을 독자들에게 각인하는 데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