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대를 이룬 성군이라 평가받는 세종대왕의 업적의 어두운 면을 다루다.
“듣자하니 도적이 늘어나서 도로와 관용숙소에서 도둑을 맞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활과 화살을 가지고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남의재물을 겁탈하는 자들도 있다고 하니, 기존의 법규에 의거해 즉시 체포하게 하라. 혹시 도적을 잡는 방법과 계책에 미진한 것이 있으면 사연을 갖추어 아뢰도록 하라(세종 28년 5월 6일).”
본서는 조선역사이래 가장 큰 성군이라 칭송받는 세종의 치도의 어두운 면을 다루었다.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불편한 이 기록은 치도 정책에 있어서 법에 의해 약한 백성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려는 세종대왕의 마음과는 다르게, 늘어가는 범죄율에 강경하게 대응해야한다는 조정의 의견,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백성의 원성으로 치도에 있어 공명정대한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관한 딜레마에 빠진 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글은 세종치세에 다양한 범죄의 사례들을 들면서 어진정치를 꿈꾸었던 세종이 왜 도둑들에게 그토록 참혹한 형벌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전후 임금들의 실록은 정적(政敵)을 숙청한 기사 일색인데 비해, ??세종실록??은 범죄와 형사정책 및 사법행정을 다룬 기사들이 넘치도록 풍부하다. 그 덕분에,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성추문뿐만 아니라, 발생빈도가 가장 높았던 강도와 절도범죄의 적발·수사·재판·행형에 관한 정보가 풍성해서, 대왕치세 동안의 치도전략 변화와 복병 등에 대한 입체적 파악이 가능하다.
“모든 선악(善惡)을 다 기록하여 후대에 거울이 되게 하라.”고 했던 세종대왕의 말처럼 저자의 말에 따라, 대왕이 치도(治盜) 영역에서 숱한 고생과 실패를 겪은 이 이야기는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희귀자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