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극복해 운명과 화해하라는 정영희 작가의 『콤플렉스 사용설명서』
1986년 동서문학 신인상 수상 후, 여러 권의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펴낸 정영희 소설가가 <영희역학연구원>을 운영하며 상담했던 내용과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담았던 첫 산문집 『석복수행 중입니다』에 이어 3년 만에 『콤플렉스 사용설명서』를 출간했다.
이번 『콤플렉스 사용설명서』에는 저자 자신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삶을 한번쯤 뒤돌아보게 하는 매력 넘치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인 「콤플렉스 사용설명서」를 보자. “‘위대한 콤플렉스’란 말이 있다.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극복하려 노력하다보니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다. 나폴레옹이 작은 키를 극복하려 노력하다 영웅이 되었듯이. ‘콤플렉스 사용설명서’는 한마디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급기야 사랑해버리면 된다. 스스로 디스(self dis)하면 세상이 유쾌하고 농담처럼 멋있어진다”고 말한다.
“잘난 남들 바라보며 긴 줄 끝에서 콤플렉스 느끼지 말고 돌아서라. 돌아서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순간 너는 일등이다. 네가 네 존재의 주인이며,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콤플렉스는 사라진다. 남과 비교하는 삶을 멈추지 않는다면 너는 영원히 불행한 이류다.” 이런 보석 같은 성찰적 잠언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같은 글 마지막에는 “공자께서 가라사대,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알 나이라는 것이다. 오십대 중반에서도 하늘의 뜻을 모른다면 자신의 인생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면 외출할 때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나가시기 바란다”며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 과감하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라며 글을 마친다.
정영희 작가는 「저자의 말」에서 “‘왜’라고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늘 황야에 버려진 듯했다. 도덕주의자들로부터 말이다. 그들은 ‘우리’라는 울타리에 ‘나’를 가두려 했다. 쓰는 자의 운명을 타고난 자를 우리(We)에 가둘 수는 없다. 쓰는 자의 운명이란 담 위를 걷는 것. 하여, 신의 은총이거나 저주이기 십상이다. 산문은 내가 나와 교감하는 말이다. 내 말의 무기는 문장이며 내 말의 방패 또한 문장이다. 이쪽과 저쪽을 강요하는 삶과의 투쟁으로 상처투성이인 내 영혼을 지켜주는 창과 방패. 내 속의 문장에게 무릎 꿇어 인사한다, 고맙다고. 오래 걸어온 나는 아직도, 이렇게, 문장으로, 내 운명과 조금씩 화해하며 살아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첫 산문집 출간에 축하의 글을 남긴 문형렬 작가는 “그녀의 산문은 ‘사람은 이야기로 살아가고 이야기로 남는다’는 오랜 세상의 이법을 보여준다. 그녀는 산문 속에 퍼질러 앉아 빙긋 웃으며 낭창하게, 때로는 낭랑하게 그들의 모습을 풀어놓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했으며, 이무웅 명인박물관 관장은 “육신이 멀쩡하다고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정영희처럼 정신이 더럽혀지지 않아야 살아 있는 것이다. 바른 사고를 하는 그녀의 글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로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