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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 뻐라짓뽀무외34명
  • |
  • 삶창
  • |
  • 2020-09-18 출간
  • |
  • 260페이지
  • |
  • 128 X 205 mm
  • |
  • ISBN 978896655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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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네팔 이주노동자들, 한국 생활을 시로 쓰다

지금껏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는 한국의 활동가들에 의해서 대신 전해졌었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자신의 내면과 삶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문제적인데, 그것을 시로 표현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이 시집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도 어떤 공통된 정서를 내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 노동자 생활에 대한 단순한 고발이나 항의를 넘어선다. 물론 고된 노동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전체 시의 기조를 이루지만, 이들은 그 노동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집에 참여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에게 죽음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실제적인 죽음을 가리키기도 하고 존재의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무나, 너의 ‘머던’은
여기 일하러 온 한국에서
존재감이 없다
자존도 없고, 긍지도 없고
그 어떤 존재감도 없구나
-「머던의 넋두리」 부분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게 낯선 나라다
누군가의 행복, 누군가의 사랑을
빨간 관 속에 넣어서 고국으로 보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기억의 물결들」 부분

어느 보도에 의하면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단지 네팔 이주노동자들만이 아니라 한국 내에 만연해 있는 산재와도 연동되어 있겠지만, 이 시집에서 자주 드러나고 있는 죽음에 대한 의식은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영혼, 내면과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말하기에 앞서 한국 사회가 이들에게 어떻게 죽음을 강요하고 있는지 우리는 「고용」이란 뛰어난 작품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하루는 삶에 너무도 지쳐서
내가 말했어요
사장님, 당신은 내 굶주림과 결핍을 해결해주셨어요
당신에게 감사드려요
이제는 나를 죽게 해주세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알았어
오늘은 일이 너무 많으니
그 일들을 모두 끝내도록 해라
그리고 내일 죽으렴!
-「고용」 부분

이 작품의 표면에서는 죽음이라는 실존의 거대 사태도 노동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죽음까지 생각하게 하는 고된 삶을 먼저 이해하면 전혀 다르게 읽힌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서의 임금노동 자체가 이들에게 죽음 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 실린 노동자 시인들은 그 현실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심각한 무력감에 빠져 자탄을 하거나 방황을 하는 방식이 있고, 두 번째로는 고국인 네팔의 자연과 생활을 기억함으로써 맞서고 있다. 물론 자탄과 방황은 맞서는 행위라기보다는 회피의 한 방식이지만, 여기서 이들에게 도덕적 지탄을 하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


한국 사회는 기계와 로봇의 사회다

두 번째 방식인 고향에 대한 기억의 소환은 뜻밖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한다. 그것은 지금 한국 사회에 대한 문명사적 비판이 되기도 한다. 시집 제목이 들어 있는 「기계」라는 시를 잠깐 보자.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재스민과 천일홍들이 애정을 뿌리며 웃지 않는다
새들도 평화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기는 사람들이
기계의 거친 소음과 함께 깨어난다

하루 종일 기계와 함께 기계의 속도로 움직인다
장마철에 젖은 산처럼
몸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땀에 젖어
스스로 목욕을 해도
이 쉼터에서는 시원하지 않구나

사람이 만든 기계와
기계가 만든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다가
저녁에는 자신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구나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기계가 사람을 작동시킨다
-「기계」 부분

한국 사회가 기계와 로봇의 사회라는 현실 인식은 국내의 시인들에게서도 잘 보이지 않는 예리한 관점이다. 국내의 시인들은 도리어 기계와 로봇을 받아들인 것만 같은데, 네팔의 노동자 시인들은 이 같은 사태에서 존재의 위기를 느낀다. 비단 「기계」라는 시뿐만이 아니다. 여러 작품에서 네팔의 노동자 시인들은 한국 사회가 기계화, 로봇화되었으며 자신들에게 기계와 로봇의 부품이 되길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나는 이 로봇의 나라에서 밤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눈을 감고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어머니의 알람」 부분


알람이 울려서 일어났어요
오른손으로 가슴을 만졌어요
다 괜찮네요, 행복해졌어요
그리고 로봇들의 세상으로 출발했어요
-「낯선 나라에서」 부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문맹처럼
로봇을 만드는 나라에서 로봇이 되어
자신의 성실한 노동의 시간을 보낼 때
가끔은 휴대폰의 사진첩을 본다
-「나」 부분

이 점이 이 시집의 의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이 타자들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 내면화된 이질적인 타자를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해설’을 쓴 황규관 시인은 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 “이 앤솔러지에 실린 작품들을 통독하면서,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내면 상태를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으며 도리어 우리가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 일은 부끄럽고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섣부른 동정이나 연민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그런 감상이 이들을 모욕하는 것임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이들의 영혼은 역설적으로 우리보다 건강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죽음에 대한 의식이나 자탄과 방황은 네팔 이주노동자 시인들의 영혼이 건강하다는 증거일 터인데,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현실의 이면을 이들에게 들킨 것은 아직 기계의 사회가 아닌 고향 네팔의 기억 때문이다. 여러 작품에서 고향 네팔의 풍속, 역사, 자연 등이 등장하는 것은 그 기억들이 한국 사회와 맞서는 항체를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대자연과 가까이 지냈던 이들에게 한국 같은 빈틈없는 자본주의사회가 지옥의 다른 이름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닐까?
한국 사회가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값싼 노동으로 지탱하고 있음은 숨기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 진실이다. 모쪼록 이 시집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이주노동자 시인들이 탄생하길 바라며, 아마도 이런 일이 일어날 때 한국문학에도 그들이 끼치는 영향은 자못 클 것이다.

[번역을 마치며]
네팔 시집을 번역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한 나라의 언어로 쓰인 시의 감성과 표현을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참으로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시에 쓰인 단어와 표현은 그 나라의 문화, 역사를 비롯해 모든 배경들을 두루 내포하고 있기에 하나의 시어에서조차 때론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데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종종 그 심오함을 놓치기 쉽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고 단어보다는 단락에서, 행간에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느껴지는 작가들의 감정이나 정서를 번역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느낌을 온전히 담아냈다고 할 수는 없겠다. 장고의 시간 끝에 탈고를 하지만 그래서 여전히 부끄러운 마음 가득하다.
네팔에도 ‘거절’(ghazal)* 형식의 정형시가 존재한다. 남아시아에서 유명한 노래 형식인 ‘거절’은 한시의 운율처럼 압운의 묘미를 살리는 게 주요한 목적인데 번역할 때 실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은 아마도 네팔 시가 주는 감미로움을 그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최대한 시의 맛을 살리도록 노력했지만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번 시집은 ‘네팔의 노동문학’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동이라는 고된 시간 속에서도 문학을 매개로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창작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몇십 년 전 우리의 노동문학이 떠올랐다. 자국에서는 의식 있는 젊은이들로 나름의 공부를 마치고 꿈을 찾아 한국이라는 나라로 왔지만 이들의 노동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시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십여 년을 네팔에 살면서 한국어를 가르쳤던 인연으로 이미 그들의 노동 현장이나 감정에 대해 익히 들은 바가 있기에 시를 번역하는 데 있어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노동이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못 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 번역의 기회를 주신 정대기 선생님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헌(작가, 번역가)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번 시집을 계기로 다소 생경한 네팔의 문학과 시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목차


번역을 마치며 · 4

뻐라짓 뽀무Parajit Pomu
새 떼 · 14 / 묵언의 사랑 · 16

세세풍 쎄르마Sesephung Sherma
소나무 · 18 / 어머니 가슴에 그어진 분단선 · 19

수레스싱 썸바항페Sureshsing Sambahangphe
꿈 · 22 / 나는 배를 만들고 있다 · 26

수스마 라나허마Sushma Ranahanma
할머니의 구루마 · 30 / 공원 풍경 · 33

끄리스나 끼라뜨Krishna Kirant
욕망 · 35 / 노동자 · 37

써꾼 아수Shakun Aashu
화 · 40 / 외국에서 만난 동생 · 44

콤 구릉Khom Gurung
마음들 · 48 / 기술과 기반 · 50

바부 벌린드러Babu Balindra
바이칼 호수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다 · 52 /
시인들의 법정에서 신과 과학 · 56

순덜 가울레Sunder Gaunle
현재 · 59 / 사진이 스스로 말한다 · 63

니르거라즈 라이Nirgraj Rai
슈퍼 기계의 한탄 · 72 / 낯선 나라에서 · 75

러메스 사연Ramesh Sayan
고용 · 77 / 허수아비 · 80

거닌드러 비버스Ganindra Biwash
이정아 할머니 · 83 / 사랑의 날 · 86
람 꾸마르 라이Ram Kuamr Rai
실패한 노력 · 89

머두 싱잘리 머거르Madhu Singjali Magar
그림자 · 93 / 비 · 94

빙껄 ?종Bingkal Chemjong
지혜로운 방랑자 · 96

선저여 꺼우짜Sanjay Kauchha
머던의 넋두리 · 98 /
시간, 그대여 나에게 한 세대를 다오 · 106

디빠 메와항 라이Deepa Mewahang Rai
색과 꿈 · 111 / 목적지 · 113

열지 비버스Yalzee Viwash
장미 · 116 / 마침내 · 119

비요기 까일라Biyogi Kainla
빛과 그림자 · 121 / 길과 사랑 · 122

서로즈 서르버하라Saroj Sarbahara
아들의 주소 · 124 / 기계 · 127

어이쏘르여 쉬레스터Aishwarya Shrestha
친구 · 130 / 너머스떼! · 131

비스누 와글레Bishnu Wagle
기억의 물결들 · 135 / 땅의 영웅 · 139

우떰 커줌Uttam Khajum
하늘이 잠들 때 · 144 / 폭풍우 · 146

덤벌 숩바Dambar Subba
어머니의 알람 · 148 / 슬리퍼 · 151

디알 네우빠네DR Neupane
외국에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 · 154 /
덫에 걸린 인생 · 160
마뜨리까 넴방Matrika Nembang
계속되는 꿈들 · 163 / 반딧불이 · 166

딜립 반떠와Dilip Bantawa
내일 · 169 / 나 · 175

지번 커뜨리Jiwan Khatri
불의 글자 · 179 / 인정 · 183

밀란 깐차 끼라띠Milan Kanchha Kirati
달 이야기 · 185 / 고럭 바하둘 · 191

데벤드러 탄수항Debendra Thamshuhang
평화란 무엇인가, 어떠한가 · 195 / 거미 · 204

어닐 끼라띠Anil Kirati
길 · 212 / 새로운 이야기 · 216

수닐 딥떠 ㅣ라이Sunil Dipta Rai
야당 신문 · 218 / 잃어버린 꿈 · 223

아넌더 버떠ㅣ라이Ananda Bhattarai
무궁화와 랄리구라스 · 226 / 미래를 찾아서 · 229

보넘 쁘러땁Bonam Pratap
노인의 회상 · 232 / 향기 · 234

니르도스 시버Nirdosh Shiva
눈물에 빠져버릴 것만 같아요 · 237 / 비가 내린 날 · 239

해설__네팔 이주노동자의 내면,
그리고 우리의 거울(황규관) ·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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