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굴절하는 농담 같은 진담
솔직하고 때로는 신랄하다
SNS 좀 하는 사람이라면, 정돈된 마감 없이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는 벽으로 꾸며진 뭇 공간들의 등장을 익히 알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유행이 어떨 때는 시각 공해처럼 느껴지지 않았는가. 이 책은 우리 일상에서 은연중에 묘하게 신경 쓰이는 부분을 캐치해 가려웠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나도 몰랐던 가려운 곳이 이렇게 많았나, 놀랄 수도 있다. 『교수님의 주둥아리는 도무지 쉴 줄을 모른다』라는 제목처럼 쉬지 않고 떠들기 때문에. 때로는 그저 유쾌하고, 때로는 제대로 저격당해 뼈 맞는 기분도 드는 이야기들은 실없는 농담으로 채워진 것 같지만 적확한 소리만 한다는 점이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저자는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AROUND(어라운드)』에 이러한 에피소드를 몇몇 단편으로 기고했다. 겉으로는 당찬 어른의 태도를 고수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집에 가고 싶다’를 되뇌는 흔한 현대인은 이 글들에 ‘좋아요’로 반응했다. 이후에도 저자는 몇 년간 차곡차곡 글을 쌓았고, 이렇게 모은 글을 1장 일상에서의 시선, 2장 디자이너의 마음으로 나누어 담았다.
그래픽디자이너,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두 아이의 아빠, 유튜브에서 노는 게임 스트리머… 본캐(제1캐릭터)와 부캐(제2, 제3의 캐릭터)의 구분이 모호한 요즘 시대에 저자도 다채로운 인격으로 활동하며 사회인으로서 본분을 다한다. 그리고 이제는 에세이스트로서 자리매김까지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평소 꺼내기 어려웠던 속마음을 필터링 없이 솔직하게 쓰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하므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독특한 캐릭터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