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 속에서 자세를 고쳐 잡습니다. 어깨 힘은 풀고 배에 힘을 주어봅니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걸 느낍니다. 드디어 조명이 터집니다. 음악이 흐르고 첫 걸음을 뗍니다. 객석에선 술렁거림도 멈춥니다. 눈길만이 나를 쫒습니다. 아마도 옷 모양새를 살피고 걸음걸이를 보고 표정을 읽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휴대전화 조명이 번쩍 빛납니다.
주목받는 이 유쾌한 긴장감, 주인공이 되는 당당함, 무대에 서는 이유이고 행복입니다. 시니어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우리한테 전성기는 ‘왕년’이 아닌 지금 이 자리입니다. <본문 중에서>
지난해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현대백화점 ‘시니어 패셔니스타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해 화제를 모았던 유효종(62)씨. 지금은 광고와 영화까지 넘나드는 그의 모델 활동기이자 나이 듦에 관한 수상록.
2년 전, 36년 공무원을 정년퇴직하고 시니어모델로 변신한 지은이가 모델로 나서며 겪고 느꼈던 일들을 소셜네트워크(SNS)에 <워킹일기>를 제목으로 올린 글을 수정 보완해 책으로 엮었다.
“36년간 나라를 위해 일했으니, 이젠 나를 위해 일하겠다.”며 스스로를 ‘반전 인생’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전성기는 박제된 것이 아니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나이는 우리에게 질병과 주름만 주는 게 아니라 그 나이가 돼야 어울리는 멋도 준다.”며 자기 존엄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시니어모델이 그 욕망의 분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는 모델 워킹을 배우고 패션쇼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보람, 동료들과의 소통 등을 일기 쓰듯 기록했다. 2장은 모델에서 연기자로 확장해 가는 열정을, 3장은 나이 들면서 느끼는 소박한 일상을 솔직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