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대체 뭘까
이렇게나 오만가지 상념을 일으킬 수가 있나 싶은 단어들이 있다. ‘가족’도 틀림없이 그 하나이다. 그래서 가족에 관해서 물을 때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하기보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족이란 대체 뭘까”라고 해야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가족’은 그래서 이야기의 좋은 소재가 된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가족을 다룬 영화가 아주 많다. 『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눈물겨운』은 가족을 다룬 영화를 읽은 책이다. 스무 해 가까이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전문 번역가 강수정이 역자가 아닌 저자로, 가족이란 대체 뭘까를 묻는다.
어쩌면 그래서 가족이 궁금해서
“필통은 잊어버리고 가도 열쇠는 챙겨야 했”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쓸쓸하고 붙임성 없이 자랐”고, “관계에 대해, 가족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어른이 되었다.” “가족에 대해서 잘 모”르고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아이는 “가족 영화에 대한 글까지 쓰게 되었다”(작가의 말 중에서). 어쩌면 그래서 가족이 궁금해서.
세상 거의 모든 가족의 이야기
“지옥 같은 세상에서 뒹굴”다 “부모가 더는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한(p.162) 아이의 이야기가 있다. “같이 지내던 방을 아내의 관으로 봉인하고 떠”난(p.137) 남편의 이야기도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도둑질을 해야 했”던, “가족이라는 관계를 도둑질했”던 작고 외로웠던 이들의 이야기가(p.102) 있다. “딸이 쏟아낸 비수 같은 말들을 가슴에 담은 채 웃으며 떠”나는(p.61) 엄마의 이야기도.
이것들은 모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는 세상 거의 모든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가깝고도 멀고 가까워서 먼, 영영 멀어지기도 하는, 멀지만 가까워진, 결국 가장 가까워 그래도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아프고 못나면 더 품게 되는 게 가족이라서. 때로 지긋지긋하다고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눈물겨운 게 가족이라서”(p.35) 서로의 곁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
부디 모두 행복하기를
이렇게 세상의 모든 가족은 알만한 이유로 혹은 알지 못할 이유로, 행복하거나 혹은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저자와 함께 소망하게 될 것이다. “찻잔을 손으로 감싸 쥐고 툇마루에 나와 앉아 멍하니 새소리를” 들으며 “그저 함께 모여 차를 마시는 것으로 충분한”(p.18) 가족의 일상을. “단연코 평범한 가족의 일상”(p.19)을. 그 일상 속에서 부디 모두 행복하기를.
때로는 한 편보다 한 줄, ‘한줄도좋다’ 시리즈
『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눈물겨운』은 ‘한줄도좋다’ 시리즈의 6권이다. ‘한줄도좋다’는 다양한 예술이 전하는 한 줄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보는 에세이 시리즈로, 보고 듣던 한 편의 예술작품을 한 줄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