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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 최성연
  • |
  • 위즈덤하우스
  • |
  • 2020-09-18 출간
  • |
  • 172페이지
  • |
  • 118 X 188 X 15 mm
  • |
  • ISBN 9791191119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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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새로운 도전을 하니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뭘 해도 안 풀리던 중년 여성의 인생 2막 모색기!

최근 들어 행정에서는 50∼64세인 이들을 "신중년"이라고 부른다. 전국 평균 1차 퇴직 연령은 49.3세. 신중년층 퇴직은 지금 본격화되고 있고, 이들의 퇴직 이후의 삶은 녹록지 않다. 어느 세대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어왔고, 그래서 노후 준비가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낀 세대". 이들의 인생 2막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런데 여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삶의 태도로 인생 2막을 모색하는 ‘신중년’이 있다. 다재다능했던 덕분에 실로 갖가지 일들을 하며 살아왔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도 소위 성공이란 걸 하지 못하고 뭘 해도 안 풀리던 중년 여성은, 오십에는 지금까지 해 온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해 보기로 한다. 오래 함께 해 온 예술 활동에 ‘넌 딱 여기까지’라고 금을 긋고, 딱 일 년 동안 청소일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도전은 작가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100세 시대 ‘예비 퇴사자’인 내 인생 2막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두어도 좋겠다.

청소노동자의 생활이 기대했던 대로 심플라이프는 아니었지만, 때로 우연한 만남이 인생의 결정적인 길을 열어 주듯, 기대를 배신한 전개는 인생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여행 경비로 쓰고자 한 돈의 일부를 모을 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발이 묶인 덕에 더 좋은 일들이 생겼다. 새로운 도전은 내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어쩌면 일 년 동안의 청소일이 나에게 마법 빗자루를 하나 선물한 건지도 모르겠다.
_171쪽에서

50대 고학력 여성,
‘최종 학력 고졸’로 이력서를 고쳐 쓰고
미화원으로 취직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연재 기사 ‘쓸고 닦으면 보이는 세상’에서 시작되었다. ‘최종 학력 고졸’로 이력서를 고쳐 쓰고 미화원으로 취직한 그해, 작가는 혁신 교육 지구의 마을 교사로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하지 않기로 한다. 생계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수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당 임금은 미화원의 세 배 정도 되지만 일 년 수입이 총액으로 따지면, 당시 기준으로는 미화원의 5분의 1이고, 작년 기준으로는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에 작가는 생계를 위한 활동과 오래 해 온 예술 활동을 구분하기로 하고 미화원으로 취직한다.

50대 고학력자 여성이 청소노동자가 되어 바라본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2019년 5월 11일 첫 기사를 올리자마자 좋아요 2,000개가 달렸고, 오마이뉴스 측에서는 잭팟이라고 할 정도로 유료 원고료도 들어왔다. 노동과 경험에서 나오는 힘 있는 언어, 타인과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 성찰의 언어, 때론 모멸과 극한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 찾아오는 해학과 유머의 언어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티가 나지 않는 일에 공을 들이는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을 가장 말끔하게 만드는 게 직업인으로서 미화원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청소 용품과 도구들은 너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도록 가장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 둔다. 환기가 안 되는 건 당연하다. 햇볕에 말린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청소노동자가 머무는 방 역시 건물 전체를 통틀어 모든 방 중에 가장 폐쇄된 곳이다. 청소의 결과는 환하게 빛나야 하지만 청소의 물적, 인적 자원은 보이지 않게 감추어져야 하는 게 바로 ‘미화美化’였다.
_35~36쪽에서

책은 당시 연재했던 기사 일부와 새로 쓴 글을 더해 엮었다. 이제 막 미화원으로 취직해 몸과 마음이 얼떨떨한 겨울, 자라나는 일머리만큼 비합리적인 청소 노동 현실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났던 봄, 청소 노동의 이모저모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 청소노동자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하던 가을까지, 작가가 일 년 동안 쓸고 닦으며 새롭게 보게 된 세상을 시간순으로 함께 따라가며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목차


추천의 말: 우리는 왜 일을 하는 걸까요?
책을 열며: 우연이라서 소중한

1부
겨울 얼떨떨한 몸과 마음이 풀리기까지
50대 고학력 여성의 마음을 흔든 구인 공고
몸이 하는 일을 마음이 모르게 할 수는 없다
삼각형으로 접힌 화장실 휴지에 대해 몰랐던 사실
아줌마는 안 되고 아저씨는 된다고요?
일하며 궁리하며
나이 오십에 눈치를 배우다

2부
봄, 일머리가 자라나자 의구심도 피어나고
드라마틱하게 더 예뻐지고 싶다
여자 화장실을 남자가 청소해도 괜찮을까?
‘유니폼 촌스럽다’는 말이 가져온 후폭풍
청소를 하더라도 폼 나게!
산책 좀 했다고 왕따라니요?
잡초가 이긴다

3부
여름, 뜨거운 노동, 뜨거운 고민
그 나물에 그 밥이 제일 맛있다
“네가 일을 느리게 해서 모두가 다 불편해!”
엿보고 싶은 비밀
당신의 눈에는 제가 어떻게 보이나요?
청소의 신

4부
가을, 일과 사람 사이, 바람이 분다
“딱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요.”
치우지 않는 것도 청소
넓은 오지랖으로 감싸고 싶은 건
쓰레기통에서 우주를 볼 수 있다면
이 공간만큼은 양보 못 해!
안 아픈 게 진리

책을 닫으며: 좋아요 2,000개가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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