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와 역병으로 평범하지 않은 나날.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닐 때.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치유와 위로의 낱말들.
온 국민이 고난의 시기를 겪어내고 있다. 돌아보면 어렵지 않은 시간이 없다지만, 유독 매섭게 느껴지는 요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그 위를 할퀴고 지나가 기어코 또 다른 상처를 내고야 만다.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독자의 한 이웃으로서 저자 박주경은 치유의 말을 건넨다. 미약하지만, 그 미약함으로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끝내 함께 일어서야 한다고. 그저 베풀고 나누고 끌어안으려는 마음, 그것이면 된다고 말한다.
두렵고 떨릴 때 누군가의 손 잡는 것만으로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박주경의 치유의 말들」은 그런 움켜잡은 손의 온기 같은 책이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버텨낼 용기를 주는. ‘모두가 아픈 해에’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우리는 어떻게든 또 이겨낼 것’이라는 말로 맺어지는 이 책은 그러므로 온통 치유에 대한 것이다. 조금이나마 아픔이 덜 해지기를.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워 주기를. 상처 입은 당신을 응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닿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상처와 치유는 폭이 넓다. 관계의 상처, 말의 상처, 제도의 상처, 역사의 상처, 상실의 상처, 소외의 상처…. 다양해 보여도 결국 모두 사람으로 인한 것이다.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럼에도 희망은 결국 사람이라고.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고 저자는 또한 이야기한다. 상처를 주는 건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 상처를 돌보는 것 또한 사람임을. 우리가 서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나지막하고 묵직한 글로 전한다. 상처받은 삶을 살피는 저자의 글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그 따뜻함을 또 다른 이에게 전하여 더 나은 내일을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리고 우리를 다치게 한 것들이 사실은 우리 스스로가 아니었을지, 그것을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도 해준다.
『박주경의 치유의 말들』을 통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누군가의 안일함으로 다른 누군가가 죽어가고, 누군가의 무심한 발길질에 다른 누군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우리’라는 단어가 비단 인간에 한정된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얻고자 상처 낸 자연이 이제 다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그렇기에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야하는 것이다. 외면하던 서로의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 보아야 하고, 더는 아프지 않도록 다친 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렇게 치유된 이가 나의 상처 또한 어루만져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러니 치유의 초입은 언제나 마음과 마음이 닿아 따뜻해진 그곳이다. 어려움을 헤쳐나가기까지 쉽지 않겠지만, 오직 서로에게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것만이 희망이다. 여전히 견뎌야 할 고통이 기다리는 생이지만, 끌어안는 것만으로 그 고통을 나눌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팔을 벌릴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독자에게 가 닿을 때, 그의 아픔을 끌어안는 온기의 한 조각이 되리라 믿는다.
“미약한 우리가 그 미약함으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끝내 함께 일어서야 한다는 걸 이 난리통에 새삼 깨닫습니다. 어쩌면 그 가르침을 받기 위해 고통스런 대가를 치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등을 돌리고 살아왔으니까요.”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