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영문학 거장들의 단편소설을 실은 이 책에서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찰스 디킨스와 마크 트웨인, 너새니얼 호손, 아서 코난 도일 등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별로 소개되지 않았던 작가들도 만날 수 있다. 리얼리즘 문학에서 환상문학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코뿔소 가죽」, 너새니얼 호손의 「웨이크필드」, 사키의 「찬가」, 찰스 디킨스의 「신호원」, 허먼 멜빌의 「종탑(鐘塔)」 등 흔히 떠올리는 대표작들이 아닌, 새로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이 선집의 특징은 작품들을 계절에 따라 분류했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특정한 계절이 시간적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사계절에서 떠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끼리 모은 것이다. 밝고 우아하며 생기 넘치고 부드러운 봄, 화려하고 무성하고 장대하고 호방한 여름, 부드럽고 연약하며 순수하고 청명한 가을, 춥고 냉랭하고 고요한 겨울. 그러한 분위기와 함께 작품들을 읽어가는 것은 분명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책 머리에]
오늘날 디지털 시대는 조용한 활자의 책보다 움직이는 영상으로 가득한 화면이 대세다. 청소년들이 한창 책을 읽을 시기에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과 유튜브 등에 빠져 있다. 젊은이들은 책을 보더라도 종이책보다 전자책의 선호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급격한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물적 토대의 변화로 생겨난 이러한 불가피한 현상을 안타깝다고 하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아직도 우리에게 조용한 즐거움과 뜨거운 지혜를 주고 있다고 굳게 믿기에 우리는 짧은 이야기들인 영미 단편소설을 계절별로 묶어보았다. 주로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의 영미작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20세기 초 난해해지기 시작한 모더니즘 소설을 배제하고 작품을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리얼리즘과 환상문학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한국에서 작품 소개가 별로 되지 않았던 루이스 캐럴, 오 헨리, 러디어드 키플링, 길버트 체스터턴 등을 포함시켰다. 한국의 세계문학전집 시장은 대부분 장편소설 중심이어서 단편소설을 소개하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 편역자들은 어렸을 때 문학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던 시대를 다시 꿈꾸고 싶다. 이 선집이 주로 영미 작품의 번역이기는 해도 21세기 한국 독자들이 여기에 수록된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