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지구의 생명을 구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별 인사
《잘 가, 석유 시대》
석유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떻게 생산될까?
석유를 이대로 쓰다 보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자동차는 어떻게 굴리고,
꼭 필요한 생필품은 무엇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따뜻한 목욕물은 어떻게 데울 것인지,
한겨울 집안 난방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지금이랑은 다른 일상을 한번 상상해 볼래?
“잘 가, 석유 시대!”라는 인사는
“반가워, 태양!”
“반가워, 바람!”
“반가워, 지열!”
“반가워, 생물연료!”
……
이런 수많은 인사로 바뀔 수 있을 거야.
나와 이웃, 수많은 지구의 생명을 구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별 인사
너도 함께해 보지 않을래?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가늠할 수 있게 돕는
흥미롭고 친절한 길잡이 그림책
기후 위기를 푸는 열쇠, ‘’에너지‘’
잊을 만하면, 이 지구 어딘가에서 깊이 묻혀 있던 석유 밭油田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마치 이 풍요로움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처럼, 우리 세대쯤은 이대로 계속 흥청망청한 삶을 살아도 될 것처럼 들뜬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마스크 없이는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몰려오는 미세먼지, 나날이 더워지는 지구에서 살 곳을 잃어 가는 멸종 위기 동물들, 지구 곳곳에서 점점 잦아지는 기상 이변들…… ‘기후 위기’는, 빠르게 화석연료를 소진시키면서 모든 생명체의 ‘절멸’을 향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으로 모두가 한시바삐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열쇠는 에너지다. 화석연료에 기대지 않는 일상과 여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집, 학교, 놀이터, 공원, 도시, 나라, 지구를 설계하는 것. 그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는 것. 작은 실천들이 커다란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 《잘 가, 석유 시대》는 에너지 문제, 지속 가능성과 같은 까다로운 개념을 독자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와 그림으로 명쾌하게 정리하면서 자유롭고 독특한 관점으로 실천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기후 위기 시대의 에너지 길잡이 그림책’이다.
뻔하지도, 두렵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에너지 이야기
하나도 심각하지 않은 에너지 그림책이라는 게 가능할까? 저자 해리엇 러셀은 ‘의식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자유로운 글과, 단순한 선, 산뜻한 색감으로 가득 찬 재미있는 그림들로 ‘에너지 위기’ ‘지속가능성’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압축해 낸다.
묵직하고 까다로운 주제지만 책은 놀라울 만큼 긍정적이고 산뜻하며 경쾌한 말과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상들이 거리낌 없이 펼쳐진다. 기발한 유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 놓는 분방한 전개, 손으로 쓴 글씨나 단어, 재미있는 말장난이 그림책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비극적이고 우중충한 미래상을 들이밀며 아이들을 위협하는 일은 없다. 마치 공식에 집어넣은 것처럼 빤한 정답을 내어놓지도 않는다. 그런 방식은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고자 할 때, 대개 걸림돌이 될 뿐이다.
아이들은, 내내 깔깔거리며 숨은 그림을 찾고, 이따금 등장하는 엉뚱한 질문에 답하고, 바람개비를 접고, 어쩌면 내가 살게 될지도 모르는 집 창문에 걸 맘에 드는 그림을 고르고, 미로 찾기도 하면서, 어느새 ‘석유 시대를 떠나보내면 우리는 또 어떤 에너지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질문과 깊이 만나게 된다.
정답이 없는 책 《잘 가, 석유 시대》
화석연료 없이 지속 가능한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삶의 질을 눈에 띄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잘 가, 석유 시대》는 엉뚱하고 발랄한 상상력이 반짝이는 글과 그림으로 우리가 처한 에너지 위기 상황을 간명하게 정리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머리 맞대고 생각해 보자고 권한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에너지 위기’가 ‘모두’로 인한 것이라면, 그 위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답도 ‘모두’에게 있다. 저마다 다른 형편과 생각에 바탕을 두고, 고만고만하거나 생뚱맞거나 기발한 제안들로 아이들이 빈틈을 채워 가며 저마다 자신의 책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에너지 문제를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에너지 위기’라는 고민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것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거기서 자기 방식으로 출발하게 하는 것, 거기까지가 이 책의 역할이다.
아이들이 맞아들일 새로운 세계는 이 아이들의 것이어야 한다. 이 아이들이 열어젖힐 새로운 세계의 문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그림책의 빼놓을 수 없는 탁월함 가운데 하나다.
단 한 쪽도 낭비하지 않는
실험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
《잘 가, 석유 시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솟구치고 또 변화하면서도, 유연하게 그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걸음을 쉼 없이 이어 간다. ‘의식의 흐름’ 수법에 가까운 호흡으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실험적인 그림책이다.
딱딱하고 묵직한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경쾌하게 풀어내는 힘이 돋보인다. 독특한 관점과 색다른 접근, 간명한 통찰에 이은 기발한 상상이 빛나는 놀라운 작품이다.
이 책에는 단 한 쪽도 백면이 없다. 그림책이라면 앞뒤로 두 장씩 넣는 그 흔한 면지도 없다.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책이니만큼, 표지 뒷면을 포함해 모든 페이지를 꽉 채워 썼다.
책이 오랫동안 탄탄하게 버틸 수 있도록 실로 묶기는 했지만 표지에 두꺼운 합지를 쓰지는 않았다. 책날개도 없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에너지 위기를 마주한 출판 인쇄물의 고민이 담긴 최선의 실천이기도 한 셈이다. 그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오랫동안 마음을 사로잡는다.
집에서 식구들과,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읽을 때 더욱 돋보이는 책
혼자 읽기에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때 더 빛나는 책들이 있다.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열어 두고, 엉뚱해 보이는 글과 그림으로 상상력을 끝없이 북돋우는 책일수록 그러하다. 숨은그림찾기도, 미로 찾기도, 원유와 정제유의 티격태격 말싸움도, “자전거랑 롤러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튼튼한 두 발, 말이나 코끼리, 낙타…” 말고 자동차를 두고 어디 갈 때 이용할 만한 게 뭐가 있는지, 혹은 집에 에너지가 가장 많이 필요한 겨울에는 해가 금방 지는데, 햇빛이 거의 안 필요할 때는 해가 오랫동안 빛나니까 “겨울이랑 여름을 바꿔야” 하는 거냐고 묻는 뚱딴지같고 별난 질문들도, 기상천외한 이 책의 마무리도, 모두 함께 읽어 가며 의견을 나눌 때 그 재미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자유롭게 교차할 때, 언제나 더 깊은 지혜의 숲이, 더 크고 충만한 즐거움의 세계가 열린다. 이 책은 집에서 아이들과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거나, 교실에서 아이들과 에너지 수업을 진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교과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_01
우리나라에서는 제1차 석유 파동으로 불리죠. 1973년 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산유국들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이면서, 이스라엘 지지 국가들을 제재하기 위해 석유 가격을 올리고, 원유 생산을 줄이다가, 마침내는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석유 관련 조치들을 취합니다. 그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은 1973년 10월 16일 이전에는 배럴당 $3.01이던 것이 1974년 1월부터는 $11.65까지 치솟게 되죠. 이 일로 세계 정치와 경제는 그야말로 ‘오일 쇼크’라 할 만한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캐나다건축센터Canadian Center for Architecture, CCA는 〈미안, 기름 떨어졌어 : 1973년 석유 위기에 대한 건축의 반응 Sorry, Out of Gas: Architecture's Response to the 1973 Oil Crisis〉이라는 기획 전시(2007년 11월 7일~2008년 5월 20일)를 통해 이 석유 위기가 건축과 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합니다. 작가 해리엇 러셀은 이 전시에서 ‘멸종 위기종An Endangered Species’이라는 도입 프로젝트를 맡아 우리 일상에서 석유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빠르게 줄고 있는 자원 대신 우리는 무엇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이 결과물이 2018년 세계적인 그림책 출판사 코레이니Corranini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잘 가, 석유 시대》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_02
‘소비자협동조합을 알자’는 이탈리아의 모든 학교 학생들에게 건강한 소비자 인식을 드높이는 교육 프로젝트입니다.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환경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이탈리아 소비자협동조합은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구상을 단순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자 포스터를 제작하는데요. 해리엇 러셀이 그린 COOP 포스터는 2014년 영국 일러스트레이션 협회가 주최하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시상식 ‘리서치’ 부문(흔히 ‘정보 그림’이라고 할 만한 그림들이 그 대상입니다.) 수상작으로 선정됩니다. 지속 가능한 삶으로 우리를 이끌 중요한 실마리들과, 환경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방안들이 잘 드러난 점을 높이 샀다고 하죠.
《잘 가, 석유 시대 l》에서 해리엇 러셀은 좀 더 정돈된 장면으로 이 멋진 발상을 재구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