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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 김혜련
  • |
  • 또하나의문화
  • |
  • 1995-09-01 출간
  • |
  • 230페이지
  • |
  • 148 X 210 mm
  • |
  • ISBN 978898563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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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펴내는 글

여자들의 살아가는 지도 그리기

오랜 세월 나는 "여자 싫어!"를 머리 속에 외며 살아 왔다. 그 속에는 어머니와 친구, 가까운 이웃의 얼
굴도 들어와 있다. 가까운 만큼 훨씬 진저리쳐지게. 툭 하면 등때기를 갈기며 욕설을 퍼붓던 엄마, 술
취한 남편의 매질 앞에서 자기보다 힘센 개를 만난 강아지처럼 눈에 초점을 잃고 어쩔 줄 모르던 옆
집 아줌마, 남편의 눈짓 하나에 세상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좌우된다는 듯 인형처럼 곱게 단장하고
늘 남편 맞을 준비를 하던 숙모, 잔꾀와 내숭이 온몸에 밴 듯한 동네 여자들, 사소한 일로 서로를 시
기하고 헐뜯고 질투하던 계집아이들, 남자 앞에만 가면 말투에서 표정까지 달라지는 친구들…… 어
린 시절부터 내게 온 여자들의 모습은 그렇게 싫은 모습들이었다. 난 그들 앞에서 늘 도리질쳤다. "난
저렇게 살지 않을 거야.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은 지키며 살 거야!"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싫어하던
"그 여자"가 되어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 알 수 없을 만큼.

삼십여 년을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삶의 우여 곡절과 절망 끝에 나는 여성학을 만
났다. 그리고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여자 싫어!"를 외며 살아왔다는 것을,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 존재했던 그 깊은 틈의 이유를, 그리고 왜 많은 여자들이 "여자 싫어!"의 모습을 하고 살아
가는지, 교회나 절에 와 엎드려 우는 숱한 사람의 대부분이 왜 여자인지를……. 개인의 삶의 많은 부
분이제도나 규범, 관습에 의해 규정되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들은 단지 개인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
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처럼, 피처럼 몸 속에 체화된다는 것을 깨닫고 났을 때 난 이 사회에서 정
해 놓은 "여자 자리"의 실체를 보게 되었다. 그 자리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그 모양, 그 꼴"로 살아
야 하는 자리를.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인간은 존엄하다"는, 중고 시절 떨리는 가슴으로 새긴 명제는 거짓이었다. 아
니, 그 인간 속에 여자는 없었다. 여자는 인간이 아니라 여자였다. 그런데, 나는 오래도록 내가 인간
인 줄 알고 살아 왔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 여자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나는 이 사회가 여자에게 내
어 주는 자리나 대접도 알았을 거고 날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그것들에 대항하는 방법도 익혔을
것이다. "여자 싫어!"를 외며 구차한 그 자리에 빌붙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굴절시켜 그런 여자가
되어 가는 대신 그 자리를 바꾸기 위해 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을 것이다. 난 누가 동지고 누
가 적인지조차 모르고 전쟁터에 내몰린 바보처럼 내 인생을 살아 왔다. 지도 한 장, 나침판 하나 없이.
지도 한 장 없이 사는 인생이 얼마나 막막하고 고통스운 건지, 얼마나 큰 갈등과 외로움 속을 헤매야
하는지 지도 없이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이혼에 대한 나의 관심은 바로 이러한 여자들 삶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결혼은 여전히 여자의
생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임에도 대부분의 여자가 그것에 대한 지도 하나 제대로 들고 있지 못다는
자각에서, 이혼이 마치 전염병이나 범죄처럼 취급되는 사회에선 누구의 결혼도 그리 행복하거나 건
강할 수 없다는 통찰에서.

나는 한 장의 지도를 그리고 싶다. 이 사회가 여자에게 내어주는 자리의 위상, 그 자리에 서면 금지
되는 것, 겪게 되는 일, 받는 대접…… 그런 것들이 가능한 상세히 드러나 있는 지도. 그리고 그 자리
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지도. 이 지도를 그리면서 난 여러 번 멈추어
서서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 여자들 삶의 구체적 열악함 앞에서 분노로 가슴이 떨리고, 그 삶을 지
키기 위해 여자들이 보이는 극도의 인내나 어리석음 앞에서 막막한 슬픔으로 가위 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썩은 살을 썩은 살이라고 냉정히 진단하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을 과감히 도려내는 고통
없이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와 이웃의 어리석음과 부끄러움을 들추어 내면
서 애정은 때로 잔인함이라는 걸 이해했다.

사실 논문으로 썼던 이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면서 그 한계, 불완전성 앞에 많이 망설였다. 이
혼은 결혼과 분리되지 않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경험인 동시에 매우 복잡한 삶의 문제인데 그것을
논문으로 쓴 것 자체가 한계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이리저리 조각 내고 내가 보고자 한 것만 보는 우를 범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의 인터뷰에 응해 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친구, 이웃들에게 난 많은 빚
을 졌다. 그리고 이 연구에 나름의 기대와 애정을 가진 그들을 실망시켰는지도 모른다. 또한 이 글
을 다시 살펴보면서 이 글을 쓰던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놓여 있는 거리를 본다. 삶을 예리
한 예각으로 보고 세상과 날카롭게 대립하여 서 있는 나를 글 속에서 보기 때문이다. 나의 편견을
노출한 것도 같고 이게 다는 아닌데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글이 갖는 한계는 어쩌면 이혼에 대해 일천한 이해
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 모습의 정직한 반영일지도 모르고, 연구자인 나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
점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은 이 글이 갖는 시각이 우리 사회에서 한참 더 필요할지 모른
다. 무엇보다 이 글을 쓰던 시절의 나의 진실과 이 글을 읽고 아픔과 위안을 함께 받던 이웃들의 마
음을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일을 헤련씨가 대신해 줬어요. 고마워요"라며 내 손을 잡
고 울던 승혜 씨,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로 읽어 내던 나연 씨…… 자신들의 이름을 잃고 가명으로
이 글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들의 "빼앗긴 이름"은 이혼에 대한 오늘의 현실을 상징적
으로 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논문으로는 다 쓸 수 없었던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홀로 고통받으며
괴로워할 많은 여성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이 도움이 되기를 감히 바란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
인터뷰에 응해준 이웃들, 여성학과 선생님과 동료들, 또 하나의 문화 식구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
한다.

1995년 8월 김혜련



목차


제1부 머리말
머리말 ---- 이혼에 대해 말이 많아졌다? / 결혼과 이혼은 분리된 사건인가? / 여성의 입장에서 이혼을 보기

제2부 만남과 알아 가기 과정
만남과 알아 가기 과정 ---- 얼굴없는 사람들 / 만나고, 알고, 깨지고…… 다시 배우고

제3부 이혼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말
"내 인생에 이혼은 없어" ---- "사랑"으로 포장된 부정과 회피 / 아내라는 역할에 집착 / 단절된 대화, 성 / 순교자적 자기 연출―"여보, 제발 날 좀 봐요." / 체념과 포기, 인내 / 자기에게 하는 거짓말
이혼, 경험의 의미 ---- "죽음"으로서의 이혼 / "당하기"와 "하기"

제4부 이혼을 하고 나서
들어가는 말
먹고 살 길의 "막힘"과 "트임" ---- 뿌리 뽑힌 사람들 / 참을 만큼 참은 자의 힘
차가운 세상 ----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받기 / 편견에 찬 사람들
외로움과 소외, 피해 의식
자기 안에 있는 감옥
보이지 않는 미래 ---- 얼굴 가리기, 자기 죽이기 /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잃은 것과 얻은 것 ---- 경험 읽기, 세상 읽기 /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엄마 돼요" / 세상에 대한 권리 선언―"내 양심은 내가 지킨다" / "물방울이 뭉치듯 여자들도 뭉쳐야 해!" / 조용한 혁명

제5부 왜 이혼을 못 하는가?
들어가는 말
삶의 종착역, 결혼
결혼 속의 여성 ---- 왜곡된 존재 조건―부양자, 보호자, 남편/피보호자, 내조자, 아내 / 왜곡된 태도― 남편의 무지와 분열 / 아내의 의존과 수동성
제도로 묶여진 모성
가부장적 결혼의 유지 기제 ---- 정상/비정상의 획일적 이분법 / 억압된 사람들 사이의 가학성

제6부 이혼을 다시 보기

이혼을 통해 결혼을 다시 보기
여성의 자기 경험 읽기
변화를 공식화시키기

부록
도움을 주는 상담 기관들
함께 사는 삶, 따로 사는 삶에 관한 책 읽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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