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두렵고 어리석은 우리 모두에게 내미는
고릴라 아이반의 따뜻한 손길
수컷 고릴라 아이반은 어른이 되면 무리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타고난 실버백 고릴라다. 하지만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 안에서 살아가는 동안 실버백 고릴라로서의 본모습은 필요가 없게 됐다. 야생에서 가족들과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애써 억눌러야 했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고릴라의 존재감을 더욱 짓누를 뿐이었다.
그런 아이반이 자신의 본모습을 찾고 희망을 품게 된 것은 루비라는 아기 코끼리를 쇼핑몰에서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면서부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아니라 남을 구하려던 행동이 결국은 자신을 구한 셈이 되었다. 오로지 자기 이익에만 집중하는 오늘날의 인간들에게 작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 진정으로 인간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아이반의 담담한 목소리를 통해 보여 준다.
아이반은 인간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불쑥불쑥 뱉어 내지만, 그것이 단지 꼬집음과 비난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아이반은 인간의 어리석음 뒤에 숨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끄집어 내 인간 독자들 앞에 내민다. 또한 구렁에 빠진 동물을 구하거나 동물학대 반대 시위를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인간에 대한 화해를 시도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반은 아기 코끼리와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들까지 구해 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재치와 통찰이 가득한,
생각의 여운을 주는 이야기 구성
우람한 덩치에 점잖고 느릿느릿한 아이반은 유머도 곧잘 한다.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 사이사이에 재치 있는 표현이나 유머를 끼워 넣음으로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한편, 진지함이나 어두움의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든다. 또 이 책의 특징은 무려 150여 개의 장에 각각의 제목이 달려 있으며, 각각의 단락 사이를 한 줄씩 띔으로써 독자들에게 생각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 각각의 장은 매우 짧은 내용으로 이루어졌고, 심지어 어떤 장은 겨우 한두 문장으로 그침으로써 그 의미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모든 동화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익하지만, 특히 이 책은 재치 있고 통찰력 있는 유머나 시처럼 함축적인 의미의 문장들로 인해 어른 독자들의 환심을 더욱 끌어모으리라 기대된다.
[추천의 말]
독특하고 신비로운 고릴라의 시선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뒤바꾼다.
_2013 뉴베리 상 심사평
아들 읽어보라고 빌렸는데 안 읽는다고 해서 제가 읽다가 펑펑 울면서 봤던 책이에요.
_ aigu***(네이버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