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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큰 키

세상에서 제일 큰 키

  • 한상순
  • |
  • 걸음
  • |
  • 2020-05-20 출간
  • |
  • 132페이지
  • |
  • 153 X 210 mm
  • |
  • ISBN 979119691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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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틈’은 연결이 엉성허거나 불완전한 형태의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는 작은 틈조차 존재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물샐 틈 없이’ 견고하고 완전한 것을 좋아한다.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를, 혹은 ‘모여 있는 사람이 속’을 우리는 틈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틈은 방어적이고 안전한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에게 틈은 그 존재 유무에 따라 불완전한 형태 혹은 안전한 형태로 여겨지지만, 틈이 없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틈’은 존재한다.
한상순의 시집 『세상에서 제일 큰 키』에는 ‘틈’의 존재와 ‘틈’ 안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봐라!

오늘 아침 저 틈새
큰일을 해냈다.

노란 민들레
노란 씀바귀

저 꽃 피우느라
제 몸 더 갈라져 아팠을
틈새.

햇볕 한 줌
빗물 한 모금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아
틈새는.
- 「틈새정신」전문

틈은 ‘잘 보이지 않는다.’, ‘비좁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문 틈, 바위 틈 등 온갖 틈은 비좁다. 그리고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틈을 만드는 주체도 있다. 처음에는 ‘틈’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제 몸 갈라’져서라도 틈새를 만들고 ‘노란 민들레’, ‘노란 씀바귀’를 틈새로 밀어내고 있다. ‘틈’이 제 몸을 갈라서 틈을 만들고 그 틈새로 노란 민들레, 노란 씀바귀를 밀어낸 것이다. 햇볕 한 줌, 물 한 줌으로. 보이지 않는,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틈새의 고통과 경이로움을 시인은 지켜봤다.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틈새’의 세계를 지켜보면서 세상의 이치를, 자연의 이치를, 틈새의 존재를 느끼고 말하고 있다.


시골집
텅 빈 집에 사는 바람은

꼭 닫힌 창문 틈으로
송홧가루를 나른다
아카시아 향기를
한 움큼
안방까지 들여다 놓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피었다 지는
꽃향기도 모두
방안으로 날라다 놓는다.

어쩌다 한번 시골집에 가서
달칵, 방문을 열면

온갖 향기가 뒤섞여
먼지발로 뛰어 나온다.
- 「시골집에 사는 바람」전문

그런데 ‘틈’은 아주 오래전, 어디에서든 존재했다. ‘창문 틈’으로 ‘텅 빈 집에 사는 바람은’ 누가 보거나, 관심을 두거나 개의치 않고 ‘송홧가루’며 ‘아카시아 향기’며 ‘온각 향기’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모두 ‘방안으로 날라다 놓’는다. 그래서 시골집은 늘 ‘온갖 향기가 뒤섞여/ 먼지발로 뛰어’다닌다. 시골집이 바람에게 작음 틈을 내어주어서인지, 작은 틈으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서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닫힌 창문 틈’으로 이루어진 일들이다.
틈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아귀가 꽉 맞물려 있던 창문도, 닫혀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창문도 ‘틈’은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고, 사고의 여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꿀벌 한 마리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베란다 화분
치자 꽃 들여다 보다

‘저길 어떻게 들어가지?’

엉덩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어떻게 꿀을 따지?’

군침을
꼴깍 꼴깍.
- 「꿀벌의 고민」전문

때때로 우리는 비록 작은 틈조차 존재할 것이라 믿고 있지 않던 ‘틈’이라도 ‘들여다 보’고 ‘군침을 / 꼴깍 꼴깍’ 흘리기도 한다. 방충망 사이를 두고 꿀벌의 절박함이 보인다. 비록 자연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지만 꿀벌에게는 좋은 자연이다. 그 순간만큼은. 다만 인위적 틈이 안쓰러울 뿐이다. 꿀벌의 ‘엉덩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하는 기세가 방충망 틈과 한바탕 전쟁이라도 불사할 각오다.

스물 두 번 째 까진 그래도 괜찮았어.
삼촌이 스물 세 번 째 취직 시험에 떨어진 날
왕할머닌 펑펑 우셨지.
그러던 왕할머니가 어젯밤,
“하아, 내가 왜 요 생각을 못했나.”
무릎을 탁 치셨어.
“순영아, 니 약사증 따 논 거 있제? 그거 니 오빠 줘라.”
퇴근한 약국고모한테 그러는 거야.
“할머니, 그건 주는 게 아니야,”
“할머니, 그건 받는 게 아니야.”
고모랑 삼촌이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
“그거 니 오빠 주고 니는 또 따믄 될 거 아녀! 니 오빤디 그걸 못햐?”
“할머니, 그건.....”
고모가 몇 마디 더 하려는데
“남매간에 우애가 그럼 못 쓰는 겨!”
철썩!
고모 등짝으로 날아 온 왕할머니 손바닥.
- 「왕할머니」전문

그런데 우리가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 ‘틈’ 외에 잘 보이지 않고 인식되기도 어려운 ‘틈’이 많다. 청년실업이란 말로 대변되는 취업난, 우리 주위에 수수히 많다. 우리 사회의 취업난 역시 ‘틈’의 간격이, 모습이 너무 커 보이고 도저히 메워질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왕할머니’는 ‘고모’의 ‘약사증’을 삼촌에게 주라한다. 삼촌이 ‘그것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왕할머니는 막무가내다. 이런 상황은 시에서 왕할머니의 우스운 해프닝으로 그려지지만, 이는 우리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의 틈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갯벌 구멍 숭숭숭
그 위를 걸으면
바지락바지락.

갯벌 바닥 닥-닥
호미로 긁으면
바지락바지락.

자루 속 바지락
뻘배 타고 나갈 때도
바지락바지락.

누가 뭐래도
거짓말은 못 하겠다
바지락.

- 「거짓말은 못 하겠다」전문

시인은 우리 주위의 틈을 관찰하면서 ‘틈’의 존재를 느끼고 ‘틈’의 세계를 인식하고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그 확장성이 커지면 ‘미화 혹은 포장’이 되거나 시인의 인식을 시를 통해 강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데 시인은 ‘바지락바지락’ 바지락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거짓말’을 못하는 것처럼 ‘틈’의 존재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좋다. 작은 것도 크게 볼 수 있고 보이지 않는 틈조차 관심을 두고 있는 시인의 세계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 틈을 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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