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쓰는 엄마와 동시 짓는 아이, 모녀가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말과 시(詩)의 향연!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엄마가 고안해낸 기발한 놀이법들
고하연 작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도 알게 되었고 동시도 만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동시 쓰는 게 취미가 되더니 어느새 동시대회에도 출전해 상을 받을 만큼의 실력이 되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란 딸도 동시 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아이가 시를 말할 때면 엄마는 그걸 받아 적을 준비를 하는데, 그 모습을 상상해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아이는 차 안에서도 문득 하늘을 바라보다〈구름〉이란 시를 지었다. “구름은 왜 계속 움직일까?// 왜일까?/ 왜일까?// 아하!/ 아하!// 구름이 하늘을 청소해주는구나” 〈개미〉라는 시도 같은 형식이다. “개미는/ 개미는// 왜/ 땅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들고 다닐까?// 왜일까?/ 왜일까?// 아하!/ 아하!// 개미가/ 땅을 청소해주는구나”
언젠가는 아이가 짧은 가을이 일찍 가버리고 겨울이 온 탓에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투덜거렸다. 그 무렵 집에 놀러 오신 할머니가 하룻밤만 주무시고 가자, 아이는 〈가을〉이라는 시를 지어 아쉬움을 표현했다. “가을이/ 왔다 갔어요/ 할머니처럼요”
고하연 작가에게는 동시 쓰기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재주가 있는데 바로 ‘놀이’를 개발하는 것이다. 작가는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해 조금이라도 더 놀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개발하게 된 놀이가 여러 개인데, 그 상상력이 놀라울 정도다. 우선 ‘끼우기 놀이’, 이건 티슈상자 바닥에 구멍을 뚫고 저금통에 동전을 넣듯 카드를 한 장씩 넣거나 목욕탕 바구니에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꽂는 놀이다. ‘우산을 뒤집으면’이란 놀이는 우산을 뒤집어 여덟 개의 우산살 끝에 고리가 있는 장난감 컵이나 열쇠고리 등을 매달며 노는 놀이다.
‘열두 개의 골대’는 각종 선물세트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버리지 않고 칸마다 번호를 써넣은 뒤 양말을 동그랗게 말아서 공을 만들고 농구처럼 칸에 공을 넣으면서 노는 놀이다. 또 ‘워터 아트’는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 집 앞 배드민턴 코트에다 그림을 그리는 놀이인데, 이때 코트는 도화지가 되고 물에 흠뻑 적신 수건은 붓이 된다. 수건을 들고 바닥 위를 질질 끌고 다니면 초록 코트 위에 더 진한 초록의 그림이 탄생했다. 이 놀이법들은 모두 고하연 작가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개발하게 된 것들이다. 책의 추천사를 써준 『미술이 말을 걸다』의 이소영 작가도 고하연 작가를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엄마”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톡톡 튀는 엄마의 기발한 놀이법이 가득 담겨 있다.
『아이의 말 선물』은 동시 쓰는 엄마와 딸이 함께 써내려간 앨범 같은 책이다. 순도 백 퍼센트인 아이의 말이 어떻게 선물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소중한 추억 노트를 하나씩 쌓아간다면 이 또한 『아이의 말 선물』이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