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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21(가연컬처클래식21)

봄-21(가연컬처클래식21)

  • 신양중 (각본)
  • |
  • 가연
  • |
  • 2014-11-07 출간
  • |
  • 356페이지
  • |
  • ISBN 9788968970160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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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그 여자, 민경
2. 그 남자, 준구
3. 그의 아내, 정숙
4. 뜻밖의 제안
5. 향숙과 민경
6. 준구와의 만남
7. 나쁜 남자, 근수
8. 달라진 두 사람
9. 불안한 평온 1
10. 준구의 마음
11. 불안한 평온 2
12. 작가와 모델
13. 망가진 조각들
14. 마지막 선물

원작 시나리오

도서소개

영화 <봄>은 2014년 1월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인터네셔널 컴피티션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까지 화제작으로 떠올라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천재적인 감각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떨쳤던 한국 최고의 조각가 준구는 몸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에 걸려 목숨 같았던 작품 활동조차 포기한 채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간다. 그런 준구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아내 정숙은 남편의 작품 활동 재개를 위해 누드 모델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전쟁과 월남 파병의 피해자이자 어린 나이에 어렵게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봄 햇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여자 민경을 만나게 되는데...
생기라고는 한 점도 찾아볼 수 없는 준구의 눈은 공허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가슴이 아파 정숙은 얼른 불을 끄고 작은 스탠드를 켰다. 삶의 방향과 목표를 잃은 채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준구의 얼굴을 보는 것은 정숙에게도 고통이었다.
불을 끈 후에도 방을 나가지 않은 채 모기장을 만지작거리던 정숙은 준구의 초췌한 얼굴을 흘끗거리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기, 제가 찾았다는 그 모델 있잖아요.”
“그 얘기는 이미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준구는 서늘한 표정으로 정숙의 말을 매정하게 잘랐다. 희망을 품었다가 좌절하는 아픔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폐인이 된 자신을 돌보게 하는 것은 정숙에게도 못할 짓이었다.
“그러지 말고 한 번…….”
하지만 정숙은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준구는 이부자리 위에 누운 채 팔로 눈을 가렸다. 더 이상 정숙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숙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 번 보기만 해봐요. 네? 며칠 내로 데려올게요.”
자신을 달래듯 애원하는 정숙의 목소리를 들으며 준구는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일지 눈에 선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이런 마음을 들키기 싫어 준구는 아예 정숙에게 등을 돌린 채 누웠다.
“보고 아니면,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참 동안이나 준구의 야윈 등을 보고 있던 정숙이 오랜 침묵 끝에 방을 나가기 전 작게 속삭였다. 준구는 못 들은 척 두 눈을 감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준구는 감았던 눈을 떴다. 정숙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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