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과 함께하는 인문학적 성찰의 시간
숨 가쁜 일상, 잠시 멈춰야 보이는 것들에 관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극적인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민간 유인 우주선 등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숨 가쁜 변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운 경험들을 안겨주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 19의 팬데믹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경험하기도 했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저만큼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보니, 최소한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모두 발버둥을 치며 경쟁하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 속에서 오직 앞만 바라보며 허겁지겁 따라가다 보면 상황 전체를 조망할 여유 없이, 자칫 눈앞의 이익에만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우(愚)를 범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알맹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겉모습만 요란하기 짝이 없는 현실 속에서 공허함이나 내적 갈증을 느끼며 허무감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공허함과 갈증을 채우는 데 빛을 발하며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문학을 통해 숨 가쁜 변화의 시대에 한 걸음 물러서서 숨을 고르며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눈앞의 작은 부분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하는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고차원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특히 미술작품 같은 종합예술을 감상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인문학적 성찰 과정과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끈 주역들, 그들은 왜 미술에 주목한 걸까?
오늘날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세계를 움직인 리더들도 철학, 문학, 역사 등 인문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특히 미술작품 감상은 그 자체로 예술과 역사, 문학, 철학 등이 융합된 고도의 인문학적 사고를 가능케 하므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야후의 초대 CEO 마리사 메이어, 에어비앤비의 창업자인 조 게비아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을 열며 숨 가쁜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들이 ‘미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은 특히 미술작품 속에 투영된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탐색하며 해석하고 나아가 건강한 비판정신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작품을 탐색하며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이나 유행, 정치·경제·사회문제 등을 떠올리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탐색 과정은 감상을 넘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배움의 과정이 된다.
이 책은 미술작품에 관한 단편적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든 간에 자신 있게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힌트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작품이 건네는 이야기에 주목함으로써 작품을 제대로 통찰할 수 있는 ‘눈’과 ‘귀’를 열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 통해 작품에 담긴 진짜 이야기에 주목함으로써 작품과 더 깊이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나아가 내면의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어서 와~ 이런 감상은 처음이지?
“작가는 왜 ○○했을까?”
메시지를 풀면 열리는 흥미진진한 감상의 세계
미술 감상이라고 하면 어쩐지 다소 따분하고 또 어려운 미션처럼 여겨지기 쉽다. 예컨대 르네상스나 바로크, 인상주의 등 미술사조에 관한 전문지식과 함께 관련된 역사나 철학 등 박학다식과 교양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기 어렵다고 지레 포기할지도 모른다. 물론 다양한 배경지식이 그림을 이해하는 데 다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작품 감상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림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여 작가가 심어놓은 다양한 상징과 은유, 은밀한 코드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꽤 흥미진진한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작품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인정하기 싫은 다소 우울한 모습과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앗, 무심코 지나친 장면 속에 이런 사연이...!
이 책의 저자는 공정사회를 화두로 수상한 미술 이야기의 첫 세션을 연다.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말들의 모습에서 경쟁에 매몰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다. 또한 극악무도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폭력을 묘사한 그림에 대해 왜 작가가 너무나 일상적인 단어로 제목을 붙였는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또 여기에 무뎌진 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지 미술에 얽힌 뒷이야기나, 미술사조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전달하거나 화가의 화풍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손에 늘 스마트폰을 쥔 채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정보를 거르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의 청소년들이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좀 더 예리하고 감각적인 시선과 건강한 비판정신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그림에 숨어 있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 속에서 현대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방구석에서 떠나는 수상한 미술 여행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GO! GO!
이 책을 통해 방구석에서 뒹굴며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한편, 작품에 숨겨진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재미는 물론 의미 있는 배움의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친구들과 치열하게 티키타카를 주고받게 되기를 바란다. 작품 감상을 통해 단련된 눈과 귀, 그리고 내면의 힘은 이후 다른 미술작품 감상은 물론 세상의 다양한 현상들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줄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방구석에 틀어박혀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러한 때에 이 책은 수상한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며 지적 유희의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하는 한편, 미처 몰랐던 흥미진진한 감상의 세계로 안내해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작품 감상의 특정 프레임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건 간에 틀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자가 풀어가는 방식도 수많은 감상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아가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앞으로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만나게 될 다양한 대상이나 상황, 현상 등에 대해서도 고정관념에 갇혀 경직되지 않기를 바란다. 예컨대 꼭 정면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거꾸로, 때로는 구석진 곳에서도 바라보는 것이다. 때때로 주인공이 아닌 조연을 바라봄으로써 주인공의 모습이 한층 더 이해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유연한 사고와 탁 트인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