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색감으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에서
마음의 산책, 생각 걷기를 해 보아요
“울림이 있는 글,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림과 함께 나를 찾아 떠나는 마음의 산책, 생각 걷기를 해 보아요.”
_김은아(그림책 칼럼니스트, 마음문학치료연구소장)
대중과 교감하는 작가로 유명한 이 책의 저자 루스 마리나 발사타르는 어린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주제인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교육이 만든 가짜 행복과 그것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해 큰 관심을 둔 작가는 이를 해소할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중 ‘나도 화가야’라는 프로젝트는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빚어지는 생각의 폭을 좁히는 데에 큰 성과를 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시몬의 꿈』은 작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회화의 기술을 극대화하여 섬세하고 따듯한 색감으로 꿈속을 헤매는 시몬을 몽환적으로 그려 냈다.
작가는 어른들의 강압적인 구속이나 제한이 없는 공간인 꿈속에서 주인공 소년 시몬이 자유로운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한다. 시몬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꿈속을 헤매는 시몬 앞에 이렇다 할 답을 내어 주지도 않는다. 그저 방 안 가득 펼쳐진 수풀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서 시몬이 스스로 답을 낼 수 있는 시간과 심적 여유를 준다. 작가는 시몬이 스스로 찾아낸 행복한 꿈을 통해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하고 올곧이 나아갈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다채로운 경험과 철학적인 대화를 통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그림책
나는 이미 지네인걸. 나는 누구에게도 길들여지고 싶지 않아, 시몬.
내 수백 개의 발이 닿는 대로 이리저리 떠돌고 싶단다.
_본문 중에서
싱그러운 풀 내음과 꽃향기로 가득한 방 안 수풀 사이를 걸으며 시몬은 벌새와 지네, 다람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달아 간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시몬은 자신의 열등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시몬은 헤엄도 치고 달리기도 잘하지만 날지 못하기 때문에 새가 되려고 한다. 바꿔 생각하면 헤엄도 칠 수 있고, 달리기도 잘하는 데다 다양한 꿈도 꿀 수 있는데 말이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울적해하며 좌절하는 시몬은 못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시몬은 자신의 꿈을 향한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숲속 동물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시몬은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간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려는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비소로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