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살면서 이별을 경험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별은 곧 ‘실패’라고”
‘사랑하는 법’을 아직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비리디 비린 성년의 여자가 겪은 이별의 끝은 마치 겨울의 된서리처럼 매서웠다. 스무 살에도 어려웠던 사랑은 반복학습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더라.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한 번 잘 견뎌낸 이별이라 해서 두 번째 이별의 아픔이 더 쉬워지거나 상쇄되는 법은 더더욱 없다. 이별 후 곳곳에서 견뎌내야 하는 또 다른 인내가 기다린다. 오지게 아픈 건 난데 주변인들에게 괜찮은 척하느라고 나 자신을 위로할 만한 시간도 평온히 갖지 못한다.
혹시 사랑 끝자락의 이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다 왔으니 조금만 더 견뎌내라고 다독이고 싶다. 그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 정도 배짱이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가 생기게 되면 기다려야 한다. 상처가 아물며 딱지가 몇 번씩 떼이고 붙고를 반복하고 나면 통증도 사라지고 상흔만 남듯이 말이다.
상처가 나도 괜찮다. 인생엔 수많은 반창고가 있으니까. ‘상처’라고 생각되는 감정은 가슴속 깊이 묻어 둔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그 상처는 이유 불문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인간의 가장 연약한 구석구석을 찾아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 것이다. 드러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 꺼내어 일반적인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일, 최대한 사랑스럽게 보듬고 다독이고 당당해지게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스토리’다. 수면 위로 올라와 당당해진 누군가의 스토리는 상처가 아니라 타인을 치유하는 멋진 경험까지 만들어내지 않던가.
스페인에서 시작된 달달하고 풋풋한 사랑이 마치 당신이 했던 그것인양 설레길 바란다. 쿠바에서 이별 수업을 하는 나의 여정이 당신이 겪었던 그 무엇인양 공감하기를 바란다. 어떤 이유가 되었던 나의 글이 당신에게 커피 한 잔에 쿠키 같은 소소(小小)한 힐링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