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여행, 이토록 무의미한 아름다움이여.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직 공항이 낯설고, 비행기의 유연한 이륙을 볼 때마다 이토록 거대하고 무거운 쇳덩이가 어떻게 하늘에 떠 있을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해한다. 비행기는 고래와 닮았고 고래의 등에 올라타고 다른 세상으로 헤엄쳐 가고 싶다. 그곳에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발음하고 다른 눈빛을 가지고 다른 향신료를 음식에 뿌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이륙의 순간이고 나는 여전히 낯선 사람이 되고 싶다.
돌아갈 곳이 없었다면 나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하는 내내 당신의 따스한 등을 그리워했고 당신의 손을 잡고 싶었다. 당신의 팔꿈치를 잡기 위해 무심코 뻗은 손. 그곳의 텅 빈, 차가운 공기. 지구 어딘가에 바닷물이 한없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풍경. 여행은 내게 외롭다는 걸 가르쳐주었고 그 외로움이 결국 당신의 부재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됐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행운 만으로 일이 굴러가진 않는다는 것. 일의 대부분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원고도, 달리기도, 플랭크도 모든 것이 고통스럽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결과는 남는다. 그 생각으로 버틴다.
여행은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새벽 안개 가득한 거리, 홀로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던 비엔나의 11월. 내겐 마음이 아직 남아있구나. 나를 글썽이게 만드는 이토록 무의미한 아름다움이여. 여행을 하며 나는 세상과 상관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폭포는 끝없이 낙하하고 폐허는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린 모두 처음 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