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지방 도시 쾰른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쾰쉬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소파에 늘어져 TV를 볼 수 있다. 편의점에는 매번 바뀌는 온갖 종류의 세계 맥주가 4캔에 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소맥의 재료로만 취급되었던 맥주가 이제는 당당한 주인공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맥주는 어느새, 어떻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 맥주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이 책을 읽은 후에 들른 세계맥주집의 메뉴판에 IPA 어쩌고가 써 있다면 ‘도수가 비교적 높고 쓴맛이 많이 나는 맥주일 것'이라고 잘난 척해도 좋다. 좀 더 똑똑해 보이려면 IPA는 인디아 페일 에일이며, 제국주의 영국이 만행을 부리고 다니던 시절에 인도까지 맥주를 나르기 위해 홉을 잔뜩 넣어서 만들어진 맥주라는 말도 덧붙이면 좋다.
수제맥주가 손으로 누룩을 떠서 만드는 맥주가 아니라는 것도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보리와 홉을 심지도 않는데, 왜 ‘수제’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언뜻 단어가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글은 대단한 글이 아니다. 맥주의 나라를 여행하고 쓴 글도 아니고, 맥주를 수십 년간 양조한 경험으로 쓴 글도 아니다. 한국의 여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를 방구석에서 마시면서 쓴 글이다. 그러니 이 책도 대단히 어렵고 각 잡고 앉아서 읽을 것이 아니라, 같이 맥주 한 캔 따고 좋아하는 소파나 침대에 늘어져서 슬슬,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만들다가 사무실 옆에 있는 바틀샵으로 뛰어가고 싶은 적이 몇 번인지. 글 전체에 너무나 사랑하는 맥주를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어서 덩달아 마음이 간다. 작가가 강력하게 추천했던 맥주를 그대로 사서 마셔보고, 이게 홉 향이구나, 홉 맛이구나 짐작도 해 보고. 잘 알지도 못했던 맥주 브랜드를 외우고 맛을 즐기게 되었다.
방구석에서 대부분의 것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요즘.
자기만의 방에서 맥주 한 캔과 책 한 권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