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제는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공학, 수학, 경영학을 깊이 공부하고
40년 넘게 군사와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21세기 신(新)르네상스인 권오상이 쓴
‘전사를 통해 본 전쟁과 경제의 관계’
전사를 들여다보면 그럴듯한 정치적 혹은 종교적 명분을 내세워 일으킨 전쟁 이면에 경제적 탐욕이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의 전쟁도 표면상 내세우는 갖가지 전쟁 명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경제적 탐욕이 드리워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전쟁의 원인이 경제적 탐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은 전쟁 당사국의 경제는 물론이고 주변국의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쟁과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연결된 총체로서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이 책은 공학과 수학, 경영학을 깊이 공부하고 40년 넘게 군사와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가 펴낸 책으로, 2019년 3월부터 1년간 <한국일보>에 ‘또 다른 시선, 워코노미’라는 주제로 연재한 원고와, 전쟁과 경제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그 밖의 다른 전쟁 사례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주요 전사(戰史)를 통해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봄으로써 전쟁과 경제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에서 학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기계공학과에서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저자는 공학, 수학, 과학, 경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기반한 통섭적 관점에서 전사를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전쟁과 경제의 관계를 읽어낸다.
전쟁과 경제는 서로간에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전쟁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망가뜨린다. 전쟁수행을 목적으로 조직된 전쟁경제는 전쟁을 지속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또 경제는 전쟁수행의 경계조건을 일부 구성한다. 경제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공세적인 전쟁의 지속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제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방어적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를 역사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다. 경제만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위험할 수 있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치 환경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다. 전쟁과 경제의 관계를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기반한 통섭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각운을 이룬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이 책에 나오는 전쟁의 사례들이 오늘날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그것들을 앞으로 전쟁과 경제의 변주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우의(알레고리)로 받아들이고 참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책에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믿은“전쟁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전쟁의 철칙이 성립하는지, 국제 분쟁의 중요 원인이 되어버린 원유, 1차 대전의 도화선이 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암살 사건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테네의 메가라 경제 봉쇄는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나폴레옹을 상대하기 위해 수세에 몰린 영국이 꺼내든 ‘소득세’라는 비책, 전쟁 때문에 떼돈을 번 노벨가, 돈싸움이 된 그리스 전쟁,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러시아에 승리하고도 빚더미에 앉은 이유, 7년전쟁 중 스페인의 포르투갈 침공과 국경 길이의 관계, 인도와 파키스탄의 탐욕과 공포에 사로잡힌 군비 경쟁,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의 도박이 실패한 이유, 영국과 미국의 드레스덴 전략폭격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용병 고용 문제, 무기의 경제성이 극적으로 드러난 샹가니강 전투 등 전쟁과 경제의 관계에 관한 우리의 시각을 넓혀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