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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 치료 (반양장)

어린이 마음 치료 (반양장)

  • 정혜자
  • |
  • 교양인
  • |
  • 2020-04-23 출간
  • |
  • 436페이지
  • |
  • 153 X 225 mm
  • |
  • ISBN 979118706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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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어린이들의 보편적 심리 구조와 갈등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놀랍고 생생한 사례로 가득 찬 경이로운 아동 심리학서!

《어린이 마음 치료》에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혁명을 가능케 한 임상 사례들에 육박하는 어린이 정신 분석의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사례들이 펼쳐진다. 여기에서 소개하고 분석하는 사례들은 특수하고 극단적이지만 동시에 이 사례들은 아동 심리의 보편적 심층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들이다. 이는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이 극단적인 히스테리 환자들의 임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었으면서도 동시에 그 특수한 사례들을 통해 인간 일반의 의식 세계를 밝혀낸 것과 같다.
독자들은 이 책의 임상 분석 사례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보편적 심리 구조와 갈등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우리 아이들도 심리적 고통이나 장애를 겪고 있으며 그들이 그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또 우리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놀이 치료의 개척자, 놀이 치료사들의 멘토 정혜자 선생의
30년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놀이 치료 이야기

동생에게 빼앗긴 부모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스스로 몸과 마음의 성장을 멈춘 준영이, 지나치게 엄격한 훈육으로 자유 의지를 잃고 타인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는 다희, 알코올 중독 할아버지와 살면서 자폐아로 오인받은 동현이, 엄마 사랑에 굶주려 무기력하고 게으른 어린이로 자란 선우, 장애가 있는 오빠 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 정아까지, 이 책에는 발달 지체나 정서 문제, 학업 성취 문제, 행동 문제 등 서로 다른 심리적 문제를 지닌 어린이들의 수많은 치료 사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책에 실린 60여 건의 임상 사례는 모두, 어른들의 무관심과 학대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고통과 갈등을 극복하고 홀로 서기까지 과정을 그린 한 편의 가슴 아픈 성장담이다. 그동안 국내에는 놀이 치료의 이론이나 방법을 안내하는 치료사용 책은 드문드문 소개되었지만 구체적이고 풍부한 임상 사례를 통해 어린이들의 깊숙한 마음 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책은 최초이다.

놀이 치료는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유용한 마음 치료

놀이 치료는 단순히 놀이로써 하는 심리 치료가 아니라 깊숙한 정신 분석에 바탕을 둔 근본적인 마음 치료이다. 정신 치료를 받는 성인들이 자신의 감정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언어로 표현하며 마음의 상처를 찾아내 치유해 간다면, 놀이 치료는 자기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표현이 미숙한 어린이들이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모래 놀이나 블록 쌓기, 인형 놀이, 찰흙 빚기, 그림 그리기 등 어린이에게 친숙한 ‘놀이’를 통해 마음속의 갈등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심리 치료 방법이다.
음악 치료, 동작 치료, 연극 치료, 미술 치료처럼 어느 한 장르의 활동을 주축으로 하는 심리 치료는 영양제에 비유하면 단일 영양제와 같다. 이에 비해, 놀이 치료는 음악, 미술, 동작, 그림 그리기, 드라마 꾸미기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상황마다 적절히 선택해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종합 영양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의 전인적 발달을 기대한다면 놀이 치료가 가장 근본적이면서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대한민국은 어린이 마음 치료의 사각 지대이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마음 치료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수많은 어린이들이 놀이 치료를 비롯한 심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동 심리 전문가들은 더 많은 어린이들이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놀이 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의 상당수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지닌 어린이들이다. 이 어린이들은 거친 행동 때문에 겉으로 문제가 쉽게 드러나 주위 어른들의 주의를 끌어 소아 정신 상담을 거쳐 놀이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우울증이나 자폐증, 발달 장애 등 마음에 큰 병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은 증세가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닐 경우 행동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심리 치료를 받지 못하고 마음의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초ㆍ중ㆍ고 정신 건강 조기 검진
정부는 전국 초·중·고교생 10만 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상태를 조기 검진, 상담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최근 더욱 심각해지는 인터넷 중독 치료를 위해 6만 5000명의 아동, 청소년을 검진, 진단, 치료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와 같은 내용의 아동·청소년 정신 건강 증진 사업을 벌인다고 19일 밝혔다.
과중한 학업 부담과 가족 관계 약화 등으로 학교 폭력과 왕따,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아동,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학생 31, 636명(85개교), 중학교 1년생 36,557명(82개교), 고등학교 1년생 38,871명(78개교) 등이다. - 〈내일신문〉 2008년 5월 20일자

지금 아이들에게 왜 놀이 치료가 필요할까?

2000년대에 들어와, 놀이 치료 기관을 찾는 어린이가 크게 늘고 있다. 놀이 치료에 대한 인식이 확대된 것이 한 원인이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교육 경쟁과 늘어나는 가족 해체, 인터넷을 비롯한 인스턴트 문화의 확산 등으로 어린이들의 정신 세계가 복잡해진 것이 또 다른 원인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놀이 치료의 범위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폐증이나 틱 장애처럼 뚜렷한 병리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이 놀이 치료의 주 대상이었다면, 요즘은 불안이나 우울, 주의력 결핍이나 게임 중독, 도벽 같은 문제를 겪는 아이들도 놀이 치료 대상이 된다. 즉 겉보기에 평범한 아이라 할지라도 특정 행동에서 이상이 있을 경우 놀이 치료를 통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학업 성취의 문제를 다루는 학습 치료나, 말더듬 같은 언어 장애 치료에서도 놀이 치료의 형식을 빌렸을 때 효과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으며, 자폐증이나 뇌성소아마비로 인한 발달 장애도 놀이 치료로써 마음에 맺힌 아픔을 치유한 다음에 비로소 발달에 진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놀아주는 것과 놀이 치료는 다르다

놀이 치료는 어린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 아니다. 치유 기능이 빠진 놀이라면 놀이 치료라 할 수 없으며, 어린이의 발달 전반에 관한 지식을 기초로 심리적 문제와 그 배경을 이해하는 전문성을 갖춘 치료자의 도움으로 어린이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면 놀이 치료라고 말할 수 없다.
단순히 놀아주는 것과 치료를 목적으로 도와주는 놀이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어린이가 속마음을 여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그냥 동무처럼 놀아줄 때에는 어린이가 깊이 감춰 둔 마음이 잘 열리지 않는다. 어린이의 성장 잠재력을 철저히 존중하는 치료자의 신뢰와 따스함, 긍정적인 마음이든 부정적인 마음이든 모두 수용하고 공감하는 치료자의 지지, 어떤 이야기라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치료자의 귀 기울임 등으로 놀이를 돕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어린이들은 비로소 속마음을 연다. 그리고 속마음이 열려야 내면의 갈등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놀아주는 것
치료자:“네가 부르는 노래는 무슨 노래야?”
어린이:“곰 세 마리요.”
치료자:“으응, 그걸 누구한테 배웠니?”
어린이:“유치원에서요.”
치료자:“그렇구나. 노래를 잘 부르는구나.”

놀이 치료
치료자:“네가 놀잇감을 고르며 노래를 부르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어린이:“그래요?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치료자:“그렇지, 기분이 좋을 때는 저절로 노래도 나오지.”
어린이:“오늘은 할머니네 가요.”
치료자:“오호라, 할머니 댁에 가기로 해서 기분이 좋아진 거구나.”
어린이:“할머니는 나만 보면 우리 예쁜 손주 하면서 안아줘요.”
치료자:“으음…… 할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니 기뻐서 노래가 나온 거네”
어린이:“어렸을 때 나는 할머니랑 살았어요.”
치료자:“그랬구나, 어려서 정든 할머니와의 기억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구나.”

어린이가 비춰주는 내 안의 ‘나’

내가 어린이의 아픈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내 어렸을 적 외로움에 대한 다독임이다. 나의 유년은 전쟁과 함께 흘러갔다. 그 시절 나는 대문에 걸터앉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렸고, 일터에 빼앗긴 어머니를 대신하여 동생을 돌보며 집을 지켰다. 때로는 혼자 남아, 둥지로 돌아가는 참새들을 부러워하며, 붉은 노을을 입고서 포성에 묻힌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모았다. 그러나 저마다 생존의 몸부림이 너무 처절한 시절이어서 그때 내가 겪은 외로움, 그리고 그 곁에 들러붙은 두려움과 배고픔과 기다림에 대해 어느 누구도 마음을 공유해줄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웠던 어린 시절에, 나를 이해해줄 어른이 곁에 없어 그랬겠지만, 나는 나의 존재와 마음이라는 것이 아주 많이 궁금했다. 나와 치료실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린이가 종종 “선생님,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요?”라든지, “제 이름은 왜 ○○일까요?”, “제 마음은 도대체 어떤 걸까요?”, “저는 어떻게 태어난 거예요?”, “죽으면 정말로 천국에 갈 수 있나요?” 같은 실존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질 때면, 그것이 곧 내가 어렸을 적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이어서 얼핏 놀라곤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놓지 못했던 그 의문들의 해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기에 어린이들에게 늘 미안하다. 거꾸로, 놀이를 벗 삼아 해답을 찾아가는 어린이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나 자신을 조금씩 발견해 가고 있으니 그런 의문과 해답에서는 오히려 어린이가 나의 스승이다.

〉 마음 읽기 〈

똥 싸는 피카추

서영이에게 피카추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피카추의 기쁨은 서영이의 기쁨이고, 피카추의 슬픔은 서영의 슬픔이다. 서영이는 피카추가 되어 무릎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종종 모래가 담긴 욕조에 들어가 앉아서 온몸을 적시며 놀았다. 마치 엄마 뱃속의 양수에서 놀았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즐기는 듯했다. 그러고는 가끔씩 가슴에 타오르는 번뇌라도 식히듯 서영이 피카추는 모래 상자에서 무더위를 잠재우는 소나기 모래 비를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주룩주룩 맞곤 했다.
그렇게 모래 상자에서 마음껏 뒹굴던 어느 날 서영이 피카추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조의 환희를 경험했다. 아주 자유롭고 미묘한 경험이었다. 앉아서도 똥 싸고, 누워서도 똥 싸고, 자면서도 똥 싸고, 울면
서도 똥 싸고, 뛰면서도 똥 싸고……. 오랜 시간 피카추의 가슴에 고여 있던 오물들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후련한 배설 경험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산더미처럼 쌓이는 똥, 흙탕물처럼 튀기는 똥, 사람의 입으로 흘러내리는 똥, 집과 나무들을 더럽게 훑어 내리는 똥……. “똥이야, 히히, 똥, 똥, 똥…….”그동안 피카추를 괴롭혔던 모든 대상들을 향해 이렇게 통쾌한 파괴와 공격을 해본 적이 없었던 만큼 참으로 귀중한 경험이었다. 모래는 양수도 되고, 비도 되고, 똥도 되면서 피카추의 새로운 탄생을 축복해주었다. 이 경험은 서영이를 아주 활달한 어린이로 만들어주었다. - 85쪽

성장을 거부하는 소년

중학교 3학년인 준영이는 어린이처럼 하얗고 투명한 얼굴, 섬섬옥수의 손, 부드러운 살결을 지니고 있어 도저히 남자로 보이지 않는 미소년이었다. 대부분 사춘기를 지나 일찌감치 어른의 용모를 갖춘 또래들 틈에 섞이면, 변성도 안 된 준영이만 유독 성장이 유아기에서 멈춘 어린이 같아서 걱정스러웠다. 엄마는 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하는 학년에 올랐는데도 학업 성적이 바닥이고, 말도 잘 안 하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놀이 치료를 받고자 했다. 심지어 목욕도 엄마가 시켜줘야 하고, 목욕을 한 뒤에는 창피한 것도 모르고 여동생 앞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녔다.
준영이는 부모에게 더없이 귀한 아들로 대접을 받을 때 여동생을 봤다. 그런데 여동생이 자라나면서 점점 똘똘하고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성숙함을 보인 데다가 부모의 기대 이상으로 학업 성적이 좋았다. 준영이를 끔찍이 아껴주던 부모의 사랑은 차츰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드러나는 준영이에게서 여동생에게로 옮겨 갔다. 그러자 준영이는 부모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 동생 같은 용모와 동생 같은 행동을 취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부모의 관심이 돌아오는 듯했다.
준영이는 그렇게 해서 되찾은 부모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려고 점점 자신의 연령을 아래로 내려놓았고 드디어 어린 티를 벗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준영이의 생각은 착오였다. 아빠는 점점 어려지는 아들이 못마땅해지기 시작했고 점점 많은 실망과 비난을 준영이에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준영이는 아빠의 사랑과 비난 사이에서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그 미움을 아빠와 동생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놀이 치료를 시작한 후 준영이는 준영이는 주로 레고를 조립했는데, 내용은 그 당시 대통령을 쇠창살 수레에 실어서 감옥으로 이동시키거나 감히 탈옥을 생각할 수 없는 경비가 삼엄한 감옥에 가두는 것이었다. 나중에 석방되기까지 대통령은 숨소리까지 포착할 수 있는 오디오 시설과, 작은 움직임도 다 찾아내는 비디오 시설, 팔방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감시 카메라, 일정 구역을 벗어나면 온몸이 터지는 감전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춘 최첨단 경비 시설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대통령이 상징하는 아빠의 비난을 완전 차단하려면 그렇게 완벽한 경비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준영이가 그린 그림에서는 수염이 길고 눈이 크고 무섭게 그린 메기의 꼬리를 작은 물고기가 물어뜯고 있었다. 아빠를 상징하는 큰 물고기를 사정 없이 물어뜯으면서 아마도 준영이는 서서히 성장에 마음을 기울인 것 같았다.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멋쩍어하던 준영이가 치료자에게 웃음을 보인 이후에는 자기 용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용모에 관심이 생기고 몇 회기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치료자는 레고를 조립하며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준영이를 무심코 지켜보다가 예상 밖의 일을 발견했다. 이마에 좁쌀만 한 여드름이 솟아 있고 윗입술 주변에 시커멓게 수염 자국이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준영이의 엄마보다 치료자가 더 손꼽아 기다리던 사춘기의 징표였다. 애초 부모 소원대로 준영이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부모의 소원보다 더 큰 사춘기라는 선물을 얻었다. - 305~311쪽

외로운 소년의 항해

승주는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을 둔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어린이다. 기분이 자주 변하는 엄마의 기대와 요구가 지나쳐서 그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무력해진 어린이였다. 승주는 인생살이가 너무도 고달프고 짜증이 나서 치료자와 처음 만났을 때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였다. 그래서 머리가 좋은데도 학업 성적이 형편없었고, 제때 알아서 해야 할 일도 거의 신경 쓰지 못했다. 승주는 마음이 항상 가난했다. 동생은 여러 면에서 적응력이 높고 똘똘해서 엄마의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그럴수록 상대적으로 승주의 열등감은 높아만 갔다.
공부를 계속해서 대학 강단에 서고 싶었던 엄마는 결혼하고 나서 자녀를 낳기 전에 남편의 도움을 얻어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엄마의 꿈을 무너뜨렸다. 공부할 기회를 얻기는커녕 늘 가정과 시댁 문제, 돈 문제로 신경을 써야 했다. 엄마는 항상 책을 읽으면서 달아오르는 자신의 학구열을 식히곤 했다. 그리고 두 아들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어주기를 기대하며 항상 공부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한창 놀고 싶을 때 놀지 못했던 승주는 학업보다는 노는 데 더 열중했다. 엄마는 기대에 못 미치는 큰아들의 학업 성적 때문에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고, 이 때문에 모자 관계는 점점 나빠졌으며, 결국 엄마 기분은 들쑥날쑥 종잡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승주가 놀이 치료를 받으며 그린 이 그림의 제목은 ‘항해’다. 가족끼리 풍랑을 만나 오랫동안 표류하다가 멀리서 비치는 등대 불빛을 발견했다. 피곤에 지쳤지만 등대 불빛을 따라 섬에 오를 희망을 안고 그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배 안에 있는 아빠는 갈매기들의 마중을 받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섬에 다다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노를 젓고 있다. 엄마는 단지 책을 읽고 있을 뿐이다.
이 그림에는 승주는 물론 가족의 삶의 방식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데도 승주는 항상 돈 문제로 걱정하는 엄마 푸념 때문인지 가족의 삶이 마치 바다에서 표류하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등대 불빛을 따라 섬에 이르고 곧 헬리콥터로 구조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아 승주에게는 아마 희망과 안도감이 있는 것 같다. 그 밝은 전망은 물론 승주가 늘 자랑스러워하는 아빠의 근면성과 성실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승주는 풍랑의 위기를 극복하여 육지에 닿기 위해 부지런히 노를 젓는 그림 속의 아빠처럼 성실한 현실의 아빠에게 믿음이 강하다.
학문적 성취에 대한 욕구가 컸으나 현실 때문에 좌절한 승주의 엄마는 그림 속에서도 여전히 향학열을 불태운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도 여전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아빠가 가족을 위해 짊어진 가장의 책임이 더 무겁고 애처로워 보인다. 엄마에 비하면 그래도 두 아들은 비록 놀이 삼아 낚시를 하지만, 그 일은 결국 아빠와 함께 생존에 필요한 일을 돕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동생이 승주보다 물고기를 훨씬 많이 잡았다. 승주는 겨우 오징어 세 마리를 잡았을 뿐이다. 물고기 포획량을 비교해보더라도 승주는 동생에 비해 부모의 애정이나 물질에 대한 충족감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승주는 엄마 곁에 있는 동생과 달리 가족으로부터 뚝 떨어져 나와 있다. 아마도 자신을 엄마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그리고 자신은 가족끼리의 결속에서 벗어난 국외자라는 느낌을 표현한 것 같다. 그래도 승주는 혈연의 끈을 매어놓음으로써 자신이 가족의 한 사람임을 은근히 알리고 있다. 마치 자궁에 있을 때 탯줄로 엄마와 자신이 생명을 공유했던 것처럼 엄마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겨 달라고 하소연하는 것 같다. 그 끈을 통해 승주는 비상시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얼른 들어갈 태세다.
승주는 가족 이외에 자신을 구원해줄 가공의 인물을 설정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조리사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조리사는 음식을 맛나게 제공하는 사람이며, 어린이에게 맛있는 음식이란 곧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상징한다. 아마도 승주는 엄마를 통해 이룰 수 없는 자기의 원초적 희망을, 국외자 같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희망을, 동생과 비교했을 때 느끼는 상대적인 결핍감과 허전함을 넉넉히 보상해줄 어떤 인물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인물은 치료자를 표상한 것일지 모른다. - 363~369쪽


목차


■ 머리말 - 어린이가 비춰주는 내 안의 ‘나’

1장_놀이 치료란 무엇인가

왜 놀이치료가 필요할까?
놀이치료는 무엇인가?
놀아주는 것과 다른 점은?
엄마가 놀이 치료를 할 수는 없을까?
놀이 치료의 무한한 응용 범위
치료자 중심 대 어린이 중심
개별 치료와 집단 치료
동시에 다른 놀이 치료를 받는다면?
놀이 치료의 A to Z

2장_어린이의 발달 과정

어린이 이해를 돕는 주요 발달력
발달 과업

3장_놀이 치료의 진행

놀이 치료의 6단계 과정
놀이로 표현되는 진전 신호
마음을 키우는 놀잇감

4장_놀이 치료의 실제

놀이 치료의 초기 사례
갈등 해결의 장면들
종료 신호

5장_치료자와 어린이의 관계 맺기

치료자와 어린이의 사회적 관계
어린이와 벌이는 실랑이
수용과 제한
놀이 치료의 징검다리

6장_놀이 치료에 따른 심리 변화

자기 인식의 12과정
자기 인식 과정의 그림들
놀이치료의 호전 유형

7장_놀이 치료 전 과정을 압축한 사례

어진 왕으로 변신한 마왕
이별 없는 땅, 뉴질랜드
꼭 다문 입을 연 영웅
자궁 속 삶의 보상
엄마의 아픔을 그대로 느껴요
풍선 놀이의 경이로움
성장을 거부하는 소년
자유 의지의 탄생
독도는 우리 땅

8장_그림 속 마음 찾기

나는 상어를 물리치는 오징어
얼굴 뒤의 얼굴
강 건너 세상은?
사랑을 갈망하는 버드나무
해방감 뒤에 숨은 살의
나와 타인의 관계
외로운 소년의 항해
행복한 원숭이
내 안의 수많은 마음
종이 위 무대의 하소연
가깝고도 먼 우리 엄마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9장_동양 정신에서 배우는 치료자의 자질과 덕목

만물을 키우는 그윽한 힘
나를 드러내지 않는 밝은 힘
조건 없는 깊은 사랑
아픔을 어루만지는 천 개의 손, 천 개의 눈
흙탕물을 정화하는 연꽃의 가르침
물에서 배우는 덕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한국 여성의 천부적 모성애
귀를 크게 열어라
차고도 따뜻한 호옥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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