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국의 땅과 한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1983)은 시대별로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들이다. 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독립된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하고, 답사하기 좋도록 대표적인 장소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였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들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분들을 도슨트로 삼았다. 이 시리즈가 지역의 거주민들과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발견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낭만과 청춘의 도시
춘천의 모든 것을 가장 온전하게 전하는 책
많은 이들에게 춘천은 청춘의 기억을 소환하는 도시이다. 풋풋한 대학생의 MT 장소나 다정한 연인들의 여행지로 가장 흔하게 선택된 도시였기 때문이다. 발매된 지 30년이 넘은 노래 ‘춘천 가는 기차’가 아직 사랑받는 이유도 사람들이 춘천에 대해 느끼는 낭만 덕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낭만 뒤에도 도시의 역사가 있고 사람들의 삶이 있다.
춘천 도슨트를 맡은 전석순은 춘천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춘천에서 글을 쓰는 소설가이다. 그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고서부터 영화까지 춘천을 담고 있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했다. 더불어 그가 이 도시에 머물며 경험한 추억과 이야기를 함께 풀어냈다. 춘천 사람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소양강과, 닭갈비와 막국수로 대표되는 음식들, 한국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까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춘천에 대한 가장 온전하고 내밀한 안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객이 바라보는 풍경 이면에 있는
춘천의 크고 작은 역사
춘천댐, 의암댐, 소양강댐. 10년 안에 세 개의 댐이 생기면서 춘천의 풍경은 바뀌었다. 산과 호수가 새로운 풍경을 만들면서 춘천은 호반의 도시가 되었고, 여행객이 찾아왔다. 그 이면에서 육로는 뱃길이 되기도 하고 어떤 마을은 수몰되거나 섬으로 남았다. 한국전쟁의 역사도 춘천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 ‘이디오피아집’은 한국전쟁 때 맺은 에티오피아와의 인연이 깃든 곳이며, 같은 시기 춘천역 앞에는 높은 벽이 세워지고 미군부대 ‘캠프페이지’가 자리를 잡았다.
시시각각 춘천의 모습이 바뀌는 동안 춘천 사람들은 서울의 명동만큼 활발한 춘천의 번화가 ‘명동’으로 모였다. 명동 닭갈비골목이 여행자들로 붐빌 때, 그 옆의 ‘청구서적’과 ‘피카디리’ 극장에는 춘천 사람들이 몰렸다.
여행객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 그 이면에도 분명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 풍경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강원도 춘천의 역사와 평범한 일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바로 대한민국 도슨트 『춘천』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춘천의 새로운 변화
춘천에는 ‘육림’이라는 이름의 향토기업이 있다. 기업의 위세는 작아졌지만 춘천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육림’이라는 간판은 그 시절의 영광을 품고 있다. ‘육림고개’ 고갯길은 뉴트로 열풍을 타고 핫플레이스로 변하는 중이다. 호수가 품은 섬 ‘중도’와 ‘위도’는 유원지를 폐쇄하고 다른 테마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높은 벽에 가려졌던 미군부대 역시 지난 역사를 끝내고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저자가 살아온 시간 동안 춘천의 많은 것들이 사라졌고 또 지금도 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변해가는 도시 속에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으며 꼭 남아 있어야 하는 공간들도 있다. 『춘천』에서 안내하는 장소를 따라가다 보면 이 도시의 변화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춘천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애정을 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