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와 지식에 대한 통합적인 연구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
담화와 지식이라는 두 개념 관계를 연구한 첫 번째 책으로
인식론적 담화 분석이라는 새로운 분야 소개
이 책은
인식론, 언어학, 담화 분석,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사회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과 학자들에게 필수적인 읽을거리
이 책은 담화가 지식을 전승하고 널리 퍼뜨리며 재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방대한 연구 문헌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갈래의 연구들을 살피고 검토하면서 담화와 지식의 관계를 다루는 기존의 논의들이 세 가지 요소, 즉 인지와 사회, 문화를 연결하여 살피고 있지 않음을 비판한다. 특히 지식은 믿음의 문제이며 믿음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식으로 인정되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모으고자 하였다. 아마도 지식을 인식론적 공동체의 기준을 따르는 믿음일 뿐이라는 필자의 주장을 일반 독자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다양한 갈래의 글들 즉 필자가 사례로 들고 있는 학문적 담화, 매체 담화, 정치 담화들에서 나타나는 여러 언어적 장치, 정보 구조들을 고려해 보면 필자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다. 결국 담화 공동체 안에서 용인되는 방식대로 적합하고 타당하며 정당화된 믿음이 곧 지식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주장을 지금까지 연구들 즉 대화 분석이나 담화 분석 등에서 나타나는 여러 장치들과 연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담화와 지식에 대한 인식론적 관점을 지향하고 있지만 필자는 지금까지의 인식론이 추상적이고 개념적임을 비판하고 있다(1장). 말하자면 지식이 성립하는 토대로서 인식론적 공동체의 가변성과 당파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이 담화 산출과 이해에 관련되어 있는 표상과 처리에 대한 모의실험을 통해 경험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담화 처리에 끼어들어 있는 주관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2장, 5장). 맥락 모형이나 상황 모형의 구성에서 앞선 지식이나 성별, 목표 등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 필자는 여러 학문들 가운데 사회심리학에 각별히 관심을 쏟았는데 담화 연구의 이상적인 학제적인 분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념이나 사회문화적 지식들이 담화로부터 비롯되며 사람들 사이의 담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공동 배경의 역할에 초점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배경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식이 담화에서 역동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4장, 7장). 고전적인 사회학과 현대적인 사회학에서 뚜렷해진 것은 사회 구조의 존재와 역할이지만, 그런 사회 구조와 개인,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지 못하며, 개인과 사회 구조 사이의 인지적 접합점을 붙들어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정신 모형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3장) 이런 모형을 통해서 양방향으로 의미를 구성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론의 얼개를 제시한다. 지식의 습득에서 담화와 관련되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은 지식 사회학을 통해 밝혀졌는데 필자는 구성원들 사이의 지식의 습득이 담화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6장). 가족에서부터 일터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 구조는 다양한 인식론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데 공동체 안에서 실천관례와 공유되는 기준에 의해 지식이 정당화되고, 대물림된다. 일반적인 지식과 전문지식의 구분도 교육이나, 기관 맥락, 역할, 권력 관계, 정통성 등의 다른 사회적 기준과 연관되어 있음을 구체적인 면담 자료를 통해서 분석하고 있다(6장). 인지적 인류학 연구나 민족지학 연구들도 지식과 믿음의 다양한 구조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런 점은 오늘날의 담화에서도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필자는 지적하고 있다. 7장은 대화 분석, 담화 분석이나 화용론에서 지식이 표현되고 전제되는 방식이나 담화 구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주제와 초점, 증거대기, 인식론적 양상과 전제에 대한 고전적인 연구를 살폈는데 이들은 언어를 통한 대상의 표현에서 정도에 따라 어떻게 정당화되거나 적합성을 띠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결국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언어학 즉 담화 분석이나 대화 분석, 화용론에서 다루었듯이 의미론적인 토대만이 그런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의미론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의 정체성, 역할과 관계, 사회적 행위뿐만 아니라 담화 참여자들의 목표와 의도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여 왔듯이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자료로 영국과 미국의 신문들, 위키피디아의 항목, 면담 자료 등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다만 입말 자료들보다는 글말 자료들이 주로 분석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