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기린, 난생처음 편지를 쓰다!
여기는 아프리카의 초원. 심심한 기린이 살고 있어요. 어느 날, 바다를 바라보던 기린은 지평선 너머에 있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어요. 그 편지는 펠리컨이 전해 주기로 했답니다. ‘안녕? 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이야. 목이 아주아주 긴 걸로 유명하지…….’ 기린의 편지는 바다 건너에 있는 펭귄에게 도착했어요. ‘아프리카라고? 목이란 건 또 뭐지?’ 펭귄은 자신의 뭉툭한 목을 더듬더듬 만져 보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답장을 써 내려갔답니다. ‘안녕? 나는 펭귄이야. 나에게는 목이 없는 걸까……?’ 과연, 펭귄과 기린은 서로를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게 될까요?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면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답장을 주고받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크고 작은 오해는 더욱 쉽게 쌓이기도 하니까요. 이 책 <안녕? 나는 기린이야. 너는?>에는 그 흔한 인터넷도, TV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동물들은 먼 곳에 있는 누군가와 소통하려면 손수 편지를 쓰고, 반나절이 넘는 긴 비행을 감수해야 하지요. 그러나 이들은 답장이 늦어져도 절대 재촉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도착할 편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상상하느라 심심할 겨를이 없거든요. 비록 서로의 생김새에 대한 작은 오해가 있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미 기린과 펭귄은 편지를 통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정을 주고받은걸요. 혹시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껴지진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편지를 써 보아요. 기린에게 특별한 친구가 생겼듯, 우리의 일상에도 커다란 기쁨이 찾아들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