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비켜. 똥 나가신다!"아이들에게 선사하는 거대한 웃음 폭탄
표지를 보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문고리를 잡고는, 땀은 삐질삐질, 다리는 배배 꼬고 있는 아이. 이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 주먹똥이다. (원래 이름은 김주먹이지만, 하도 별나고 말썽을 일으키다 보니 모두들 '주먹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동물들의 실루엣이 있다. 아무래도 진작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고얀 놈 혼내 주기』는 주먹똥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동물들이 힘을 합쳐 주먹똥을 혼쭐 내는 일,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주먹똥네 반 아이들이 힘을 합쳐 '위대한 똥'을 치우게 된 사건을 그리고 있다. 요리조리 눈알을 굴리며 어른들을 골려 줄 생각만 해 대는 주먹똥의 캐릭터, 배가 아파 죽겠는데 동물들의 방해 작전으로 뒷간에 가지 못하고 쩔쩔매는 주먹똥의 모습, 무슨 거사라도 치르듯 온 교실을 발칵 뒤집으며 똥을 치우는 2학년 7반 아이들의 똥 치우기 작전 등,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연방 해죽해죽 웃느라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웃기기만 한 얘기는 아니다. 그 웃음 속에 학교에서도 뭔가 신 나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교실에서 손 들고 내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아이들이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
엄마, 아빠, 선생님!
우리도 스스로 재미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어른들이 하지 말았으면 하는 짓만 골라 하는 주먹똥. 하지만 주먹똥이 너무 별나서 그렇지, 이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거다. 특히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어른들의 잔소리가 지겨운 요즘 아이들은 더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의 아이들이 해낸 일을 보라. 처음에는 냄새나고 더럽고 보기 흉한 똥이었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합심해서 멋지게 처리한 '위대한 똥'이 되어 버렸으니! 공부도 이처럼 신나게, 재미나게 할 수 있을까? 냄새나는 똥을 치우는 일도 멋지게 해냈는데, 어떤 일인들 못하랴. 이렇게 맡겨 두면 아이들도 무슨 일이든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평소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심할 여유를 준다면 어떨까. 주먹똥을 비롯한 반 친구들이 똥 치우기 대작전을 성공한 것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에 관심을 보일 날이 올지 누가 아는가. 공부가 놀이가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말이다.
이런 황당한 사건이 진짜 교실에서 있었다고?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 낸 김기정의 구수한 이야기 한판
맞다. 이 똥 치우기 대작전은 실제로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작가가 살을 덧붙여 창작한 이야기다. 작가 김기정은 지방신문인 '옥천신문'에 실린 교단 일기를 읽고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만의 정겹고 재미난 이야기 방식으로 써 내려 갔다. 특히 본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작가가 동물들의 이야기를 엿듣고는 그 사건을 알게 된 내용의 프롤로그, 나중에 다시 주먹똥을 마주친 일로 마무리한 에필로그의 액자식 구성이 돋보인다.
이 이야기는 터무니없지만 정말 일어났던 일이다. 여기에 작가는 주먹똥이라는 캐릭터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동물들의 하소연으로 잘 풀어내어 생활동화와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한편의 창작동화로 완성시켰다. 또한 작가가 관찰자이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전지적 시점이 되기도 하는 자유로운 시점으로 풀고 있어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매끄럽고 또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