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을 비롯한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량 등의 기술들에 의해 야기되는 산업과 직업의 혁명적 변화를 말한다. 이 포럼에서 발표된 여러 보고서 중에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라는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까지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자리 갯수가 아니라 직업의 종류이다. 기존의 많은 종류의 직업이 없어지면서 또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보고서 보다 더 직접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이세돌과 알파고(Alpha Go)의 바둑 대결이었다. 사람과 인공지능 간의 대결이라고 하여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새롭게 생길 직업에 대한 준비 역시 걱정이다. 기왕 공부한 거야 내 머리와 몸에 남아 있겠지만,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채로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연하고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기초'와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이 온다. 마치 계절처럼, 겨울은 누구에게나 겨울인 것처럼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가장 중요한데, 그 적응력은 '기초'와 '창의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수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눈앞의 취업률에만 급급한 근시안적 관점으로 대학의 전공을 세분화, 기능화하는 것은 변화하는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맹목적 미래지향화는 마치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래의 직업에 대한 준비가 되지 못한다. 운동선수가 어떤 종목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초체력과 기본적인 운동감각이 중요하듯이, 어떤 유형의 직업에도 적응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창의성의 요소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 단 한가지만 꼽으라면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통찰력도 마찬가지이다. 관계성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창의성은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것들 사이에 새롭고 신선한 관계를 부여하는 것이다. 시인들의 메타포가 그러한 능력이며, 과학자들의 발견과 발명들 역시 그러한 능력의 결과다. 또한 이순신장군 같은 전략가들의 창의적 전략도 관계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전혀 무관하게 보이는 사물이나 사실들 사이에 숨어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는 능력, 거의 똑 같아 보이는 것들 사이에 숨어있는 미세한 차이점을 찾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발달하면 창의력은 저절로 습관화 된다. 즉 관계를 찾고 만들어내는 능력의 차이가 창의력의 차이이다.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의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공을 막론하고 우선 기초에 충실해야 하며, 그 기초를 바탕으로 다른 인접학문/산업과의 연관성을 찾아서 융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책은 두 가지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이 책의 주제인 브랜드와 이에 관련된 이미지와 정체성에 대한 이해이며, 두 번째는 불확실한 미래의 직업에 필요한 기초적 능력인 '관계성'을 찾는 관점을 새롭게 보여주고자 함이다. 다시 말해 첫 번째는 이 책의 콘텐츠에 해당되며, 두 번째는 학문적 관점과 접근방법에 해당된다. 브랜드를 둘러싼 이미지, 정체성, 힘 등 다양한 담론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폭넓은 이해뿐 아니라 융합적 사고를 돕고자 하였다.
이 책은 이미지를 다루지만 미술 책은 아니다. 정체성을 다루지만 철학 책은 아니다. 권력을 다루지만 정치학 책은 아니다. 브랜드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썼지만 브랜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브랜드와 무관하더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관계성을 찾는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내용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