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바둑에서도 기계가 사람을 이긴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있는 시점에 문득 “우리는 뭘 준비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밤을 지샌 적이 있다. 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였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기계가 사람의 지적활동을 흉내 내고 있는 사실에 막연한 걱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의 일과는 무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 혹은 “4차산업혁명”을 화두로 한 미래의 변화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미래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기사나 자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있다 해도 내가 준비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설 뿐이다.
필자도 당연히 그런 두려움이 있다. 아니 이런 두려움은 영원히 계속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과 아들의 대화 중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의 무서운 용기로 나타날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에 이를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용기일 것이다. 필자는 이 용기를 끌어내기 위한 체계적인 수단이 프로그래밍이라고 보았고 필자의 전문지식분야인 회계지식을 프로그래밍에 접목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최근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기가 높은 파이썬(Python)과 R을 이용하여 회계처리에 필요한 정보의 저장 및 논리 연산과정을 구현하고 있다. 회계정보의 처리과정은 정해진 규칙에 의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체계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기초 회계에서 배우게 되는 회계처리 과정은 그 논리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하지는 않아, 쉽게 구조화하고 추상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기존 회계지식을 가능한 직관적인 방법을 통해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기초 회계원리의 사례를 파이썬과 R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심정으로 입문서의 역할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반면 이러한 이유로 본서에서 구현된 프로그램 코드가 간결성 및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먼저 알려둔다.
이 책은 기초 회계원리를 이수한 독자라면 회계 지식 때문에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정도의 기초적인 회계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회계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는 회계지식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가능한 기초 회계원리를 이수한 상태에서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회계지식을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 책은 한 학기 동안 회계관련 교재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초 회계원리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일반적인 순서를 그대로 따랐다. 한편, 일반인들도 youtube 등과 같은 무료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기초 회계원리를 독학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고 본다. 다만, 편의상 제1장은 파이썬, 제2장은 R로 구분하였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순서대로 학습하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소스코드는 다음 카페인 알파회계(http://cafe.daum.net/alphaacc)에 올려 놓았으니 참고하여 활용하기 바라며, 지면 관계상 설명하지 못한 부분은 다음 카페에 추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편 더 나은 코드를 개발한 분들은 다음 카페에 코드를 올려 놓기 바란다. 많은 독자들의 집단지식이 더 나은 책을 만들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여 보다 충실한 교재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며 독자들의 충고와 질책을 바라는 바이다.
이 책이 나오기 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중경 회장님, 윤승한 부회장님, 그리고 이 책을 출간하게 해주신 와이북스 이승주 대표님과 기타 편집 관계자에게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필자의 스트레스를 옆에서 묵묵히 참아준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아무쪼록 이 책이 회계를 전공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일조를 하여 한국의 회계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기쁨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