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두 얼굴-잠들지 않는 도시, 와인 익는 마을
잠들지 않는 도시 맨해튼이 뉴욕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맨해튼은 뉴욕시에 속한 다섯 개 자치구 중 하나일 뿐이다. 뉴욕시는 맨해튼을 포함해 5개의 자치구를 갖고 있으며, 뉴욕시는 다시 업스테이트(Upstate)와 다운스테이트(Downstate)로 나뉜 뉴욕주의 일부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맨해튼이라는 화려한 도시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스테이트 뉴욕은 운하와 호수의 고장이자 눈 폭탄이 떨어지는 곳이고, 미국에서 두 번째 가는 낙농과 와인의 산지이며, 소박한 자연과 일상의 영웅들을 배출한 곳이다. 영화 [라스트 모히칸]의 배경이 된 모호크 밸리(Mohawk Valley)와 미국 인상주의 화풍의 전조인 허드슨 리버 스쿨(Hudson River School)이 탄생한 허드슨 밸리(Hudson Valley)는 그 자체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저자는 작은 시골 도시 쿠퍼스타운에서 펼쳐지는 글리머글래스 오페라 축제가 세계 오페라의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는 이야기와 함께 ‘사운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유래가 된 조지 볼트의 별장 볼트 캐슬에 숨겨진 사랑 이야기가 ‘현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쇠락한 도시 오스위고에서 노예제 폐지에 앞장섰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해리엇 터브먼이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이 자랑하는 영웅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으며, 뉴욕주 곳곳을 돌아보며 뉴욕이 왜 제국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파머스 마켓에 자신이 직접 지은 먹거리를 내다파는 친구들과 소박한 정을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뉴요커의 일상과 사람 냄새를 엿볼 수 있다.
다운스테이트 뉴욕의 풍경을 전하는 저자의 시선도 따뜻하다. 맨해튼의 빌딩숲과 도시의 화려함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길고양이인 햄릿 7세가 손님을 맞는 앨곤퀸 호텔과 그 호텔이 후원한 일명 ‘원탁의 기사들’이 뉴욕과 세계 문화에 끼친 영향력을 조명하고, 파바로티가 등장하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화려하지만 소박한 전통과 낭만을 전하며, 브롱크스에 있는 모교와 뉴욕 한인식당을 찾아 젊은 날 한때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은 잊힌 우리 모두의 젊음을 떠올릴 수도 있다.
세계 문화와 금융의 중심지, 제국의 수도라고 불리는 뉴욕은 그 이름만으로도 화려하지만, 운하와 호수의 고장, 낙농과 와인의 산지, 소박한 이웃들의 정이 넘치는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다. 이방인들의 도시 뉴욕에서 이방인 속의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저자가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뉴욕의 진짜 얼굴은 이렇듯 매력적이다. 진짜 뉴욕의 속살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 일정을 길게 잡아 뉴욕주에 체류하며 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