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엉뚱한 곳에 뜻밖의 삶이 깃들기도 했다.
어쩌다 사람을, 아니 사랑을 사랑하는 것처럼.”
길 위에서, 심연에서, 네 앞에서
生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하는 호모 비아토르 함정임
길 위의 작가 함정임이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이했다. “쓰기 위해 여행하고, 여행하기 위해 쓰는 호모 비아토르”(우찬제) 함정임. 2015년, 여덟번째 소설집 『저녁식사가 끝난 뒤』 출간 이후 꼬박 오 년간의 궤적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영도」 「해운대」 「용인」 「스페인 여행」 「디트로이트」 「몽소로」, 이는 이번 소설집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 실린 작품들의 제목이자 작가 함정임이 거쳐온 궤적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곳까지, 빛에서 그림자까지, 삶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빼곡하게 남은 작가의 발자국 위로, 마침내 나에게서 너에게로 건네는 곡진한 목소리가 내려앉는다.
사랑을 사랑하는 것처럼, 삶/여행과 소설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H의 글쓰기는 한없이 낮은 심연으로 강림한다는 점에서 ‘영도零度’의 글쓰기를 지향한다. 또 샤먼 이야기꾼에 의한 들린 곡두 풀이이자 영매의 교감을 중시하는 풍경첩을 닮았다는 점에서 ‘영도靈圖’의 글쓰기이기도 하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해설 「해운대의 상상력, 혹은 영도의 글쓰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