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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의 성자

지복의 성자

  • 아룬다티로이
  • |
  • 문학동네
  • |
  • 2020-02-03 출간
  • |
  • 588페이지
  • |
  • 142 X 210 X 33 mm / 724g
  • |
  • ISBN 97889546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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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유일한 윤리적 행위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쓰고, 행동하고, 노래하는 것이다.” _아룬다티 로이(〈이코노믹 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아룬다티 로이는 『지복의 성자』를 10년 동안 집필했다. 이야기의 씨앗을 품은 세계가 다가와 내면에 터를 잡고, 길을 닦고, 서서히 모양새를 갖출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렇게 기나긴 숙고의 시간을 거쳐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쌓아올린 이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인물과 동식물뿐 아니라 사물과 공간까지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동감이 단순한 문학적 기교가 아니라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로이가 지향하는 문학은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평면적인 풍경이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거닐며 체험할 수 있는 삼차원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실체적 진실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오직 소설만이 우리 사회의 본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복의 성자』가 정치적인 선언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소설은 현실을 다루어야 하지만, 나는 현실을 다루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보그〉 인터뷰 중에서)이라 반박했다. 물론 이 작품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카슈미르의 현실과, 2002년 구자라트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어진 학살 등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작품 외적인 맥락 때문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처한 작품 내적인 현실로서 온전히 기능하기에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소설이 소설로서 완전할 때에야 문학은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로이는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직 훌륭한 문학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세상의 작은 존재들에게 진실한 애도와 사랑과 혁명의 시를 바친다.

규정될 수 없기에 존재하지 않는 자들을 위한 낙원,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이가 지키고 있는 그곳에
어느 길 잃은 여인이 찾아온다.
절망이 낳았으나 끝내 희망으로 자라날 작은 생명을 안고.

소설은 크게 두 갈래의 이야기로 나뉘는데, 그중 한 축의 중심에는 ‘안줌’이라는 인물이 있다. 안줌은 1950년대 중반, 인도 델리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한몸에 지닌 채 태어났다. 안줌의 부모는 절망하는 한편 아이를 남성으로 키우고자 노력하지만, 안줌은 우연히 시장에서 여성의 옷을 입고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히즈라’(통념적인 남성이나 여성에 속하지 않는 제3의 성)를 보고 자신도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느낀다.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한 안줌은 결국 가족을 떠나 히즈라들이 모여 사는 공동 거주지 ‘콰브가’에서 살게 된다. 이제 그녀의 새로운 소망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사원 계단에 버려진 채 홀로 울고 있던 여자아이를 발견하면서 그 꿈은 현실이 된다. 안줌은 아이를 콰브가로 데려와 자이나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극진한 사랑을 쏟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안줌은 이유 없이 온갖 병치레를 하는 자이나브의 건강을 빌러 다른 지역의 사원에 갔다가 구자라트를 경유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한 힌두 폭도들의 무차별적인 린치에 휘말린다. 히즈라를 죽이면 불운이 따른다는 이유로 목숨을 건진 안줌은 큰 충격을 받고 돌아온다. 그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로 인해 그녀는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콰브가를 떠나 마을의 허름한 공동묘지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는 안줌의 가족들과 신원을 알 수 없는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묻혀 있다. 안줌은 그곳에 작고 볼품없는 집을 짓고 살아가기 시작한다. 새로운 터전에서 서서히 기운을 회복한 안줌은 거주지를 점점 확장해,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잔나트’, 즉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얼마 뒤 늘어난 식구들과 함께 또다른 사업도 시작하게 된다. 바로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시신을 염하고 간단한 장례를 치러 묻어주는 일이다. 그리하여 안줌이 건설한 새로운 둥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모두 의탁할 수 있는 기묘한 안식처가 된다.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중심인물은 틸로, 무사, 비플랍, 나가라는 네 명의 동년배 친구들이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80년대 중반 대학에서다. 비플랍과 나가는 부유한 상류층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당시 역사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이들은 건축학부 학생인 틸로를 연극 연습에서 만나게 된다. 틸로의 곁에는 연인인 듯 형제인 듯 붙어 다니는 과묵한 청년 무사가 있다. 비플랍과 나가는 비밀스러운 과거와 남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틸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졸업 이후 연락이 끊어진다. 세월이 흘러 비플랍은 인도 정보국의 고위 공무원이 되고 나가는 유명 신문기자가 된다. 카슈미르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던 비플랍은, 어느 날 밤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흉악한 이슬람 전사를 사살한 뒤 그와 함께 있던 수상한 여자를 잡아왔는데 비플랍에게 ‘가슨 호바트’라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슨 호바트’는 대학 시절 연극에서 비플랍이 맡은 역할 이름이었고 그는 메시지를 듣자마자 잡혀온 여성이 틸로임을 알아챈다. 그러나 보안상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던 비플랍은 카슈미르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나가를 대신 보내 그녀를 안전하게 데려온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틸로는 나가와 결혼한다.

그로부터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 두 갈래의 이야기는 마침내 어느 혼잡한 거리에서 하나로 모인다. 늘 시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델리의 광장에서 버려진 갓난아이가 발견된다. 시간이 지나도 부모가 나타나지 않자 사람들은 아기를 경찰에 넘기자고 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시위를 구경하러 나왔던 안줌이다. 이내 아기를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사람들과 안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혼란한 사이 아기는 사라진다. 아기를 데려간 사람은 틸로였고 그녀는 불가사의한 삶의 조류에 의해 그녀 앞에 도착한 이 작은 생명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녀가 몰랐던 한 가지 사실은 그 불가사의한 삶의 조류를 타고 더 많은 가족이, 그리고 진정한 보금자리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직 사랑으로 결속된 삶과 죽음의 공동체

소설의 제목이자 작품 속에서 ‘지복의 성자’로 언급되는 ‘하즈라트 사르마드’는 페르시아 출신의 성인(聖人)이다. 그는 일생의 사랑을 찾아 인도 델리로 온 뒤 유대교를 버리고 이슬람교를 받아들였으며 힌두교인 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황제가 알라만이 유일신이라는 내용의 이슬람교 신앙 고백문을 암송하라고 명하자, 그는 영적 추구를 완성해 진정으로 알라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는 증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그는 처형되었고, 목이 잘린 뒤에도 그의 입에서는 신앙 고백문 대신 사랑의 시가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사르마드는 위로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들을 보살피는 성자가 되었다.

“산산조각이 난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서서히 모든 사람이 되어서. 아니. 서서히 모든 것이 되어서.” _본문 570∼571쪽

사르마드가 상징하는 종교적 포용력과 경계 없는 사랑은 소설의 핵심에 자리한 다양성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다양한 언어와 종교와 삶의 방식이 혼재된 인도 사회의 다양성은 극복되고 정리되어야 할 혼란이 아니라 삶을 더 다채롭고 자유롭게 만드는 해방의 가치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별과 카스트와 종교 같은 세속적인 경계를 뛰어넘어, 오로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결속된 안줌의 공동체는 사르마드의 가치가 고스란히 실현된 장소다. 그리고 무수한 갈래의 삶과 그 각각에 깃든 이야기들을 차별 없이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지복의 성자』역시 안줌의 파라다이스와 닮아 있다. 작가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배척의 기도문이 아닌 사랑의 시를 노래하는 사르마드의 마음으로 자신이 창조한 광대한 세계 곳곳에 공평한 빛을 비춘다. 그 순간 무수한 삶의 파편들은 제각기 다른 무한한 색채의 물결로 독자를 향해 깜빡인다. 그때 소설은 그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니 모든 것이 된다.


목차


1 . 늙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는가? _ 013
2 . 콰브가 _ 018
3 . 탄생 _ 131
4 . 아자드 바르티야 박사 _ 170
5 . 느린 거위 쫓기 _ 182
6 . 훗날에 대한 몇 가지 의문들 _ 188
7 . 집주인 _ 191
8 . 세입자 _ 285
9 . 미스 제빈 1세의 때 이른 죽음 _ 409
10 . 지복의 성자 _ 521
11 . 집주인 _ 560
12 . 귀 키욤 _ 569

감사의 말 _ 575
옮긴이의 말 히즈라의 공동묘지 파라다이스 _ 581

도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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