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세계문학컬렉션
사실주의의 선구작이자
탁월한 연애소설 『적과 흑』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문학 버킷리스트!
쥘리앵은 ‘세상에 태어났으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꿈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진정으로 원한 건 사회적 성공이나 신분 상승이 아니다. 자기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이다. 쥘리앵은 그런 남다른 성취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 했던 인물이다. 『적과 흑』이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는 『적과 흑』을 읽으면서 쥘리앵에게 매혹당하고 그를 질투한다. 누구나 한 번씩은 마음속으로 꿈꾸어보는 자신의 모습이기에 매혹당하는 것이며, 누구나 그렇게 살 수는 없기에 질투를 느끼는 것이다.
큰글자로 읽는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읽지 않는 고전은 없는 고전이고, 즐기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고전은 죽은 고전이다.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은 마음을 풍요롭게 다스리고 날카롭게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고전문학선이다. 두껍고 지루한 고전을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축역본’이자 글자 크기를 키워, 보다 편한 독서를 도와준다.
사실주의의 선구작, 탁월한 연애소설 『적과 흑』
『적과 흑』은 흔히 사실주의의 선구작이라고 일컫는다. 이전 소설들과 달리 그 시대의 사회 현실, 시대 배경이 어떤 과장이나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 충실히 그려지기 때문이다. 프랑스대혁명을 시작으로 나폴레옹 시대를 거치면서 왕당파와 공화파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파로 갈라져 있던 정치 상황을 이 소설에서 읽을 수 있다. 그 정치적 격변기에 귀족, 신흥 부르주아, 사제, 평민 계급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등장인물 역시 현실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특히 스탕달이 창조해낸 쥘리앵 소렐이라는 전형적인 인물은 외적 행동과 내면 심리가 오늘날의 소설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현실감 있고, 사실적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쥘랭 소렐은 조그만 시골 제재소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귀공자처럼 아주 잘생긴 외모에 머리가 몹시 뛰어나고 감수성도 예민한 그에게 시골 생활은 어울리지 않는 옷과 같다. 그의 아버지 눈으로 보자면 연약하기 그지없는 데다 툭하면 책이나 읽으며 공상에 빠지는 쥘리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식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다른 자질이 꿈틀대고 있다. 쥘리앵은 자존심이 남달리 강하고 도무지 타협이라고는 모른다. 거기다 야망까지 크다.
쥘리앵은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출세를 꿈꾼다. 애초에 나폴레옹처럼 군인으로서 성공하고자 했지만 마음을 바꾼다. 시대가 변해 이제 군인보다는 성직자가 더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분 상승을 위해 상류사회로 진입하려 애쓰는데, 수단은 가정교사로 들어간 시장 집의 안주인 레날 부인을 유혹하는 것이다. 레날 부인은 쥘리앵의 무례하고 치기 어린 애정 공세에 기겁하지만, 끝내 그의 무모하면서 순수한 모습에 감동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도시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쥘리앵은 고향을 떠나 신학교로 들어갔다가, 다시 파리의 라 몰 후작 집으로 들어간다. 쥘리앵은 후작의 딸 마틸드와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소원하던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려던 순간, 파국이 닥친다.
쥘리앵은 출세를 원하지만 상류사회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웃는다. 그들의 속물근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야망은 크고 순수하다. 쥘리앵은 인생의 가치를 찾고자 꿈꾸는 인물이다. 그가 진정으로 원한 건 사회적 성공이나 신분 상승이 아니라, 자기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이다. 쥘리앵은 그런 남다른 성취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쥘리앵은 외롭다.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비굴함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고독한 행복을 용납하지 않는 세상 전체와 싸우려니 더 외롭다.
그 외로운 젊은이가 주위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그들의 마음속에 질투심을 심어주기도 한다. 우리가 『적과 흑』을 읽으면서 쥘리앵에게 매혹당하고 그를 질투하는 이유도 이 점에 있다. 쥘리앵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씩은 마음속으로 꿈꾸어보는 자신의 모습이기에 매혹당하는 것이며, 누구나 그렇게 살 수는 없기에 질투를 느끼는 것이다. 『적과 흑』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은 그 때문이다. 이것은 비극적 결말이 아니다. 완벽하게 비타협적인 젊은 삶의 완성이자, 완벽하게 외로운 삶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