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흥미로운
그래픽 디자인 500
좋은 디자인은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작고 통통한 판형에 페이지 가득 이미지가 들어찬 『그래픽 500』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이미지들은 서적, 포스터, 로고, 정보 디자인, 레코드 및 CD 커버, 잡지 및 신문, 광고, 서체 등 그래픽 디자인의 카테고리 안에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의 역사도 아니고, 디자인 이론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인 우리나라의 『불조직지심체요절』이 1947년에 미국의 폴 랜드가 디자인한 책 『디자인 생각Thoughts on Design』과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양쪽 페이지의 작품들 간에는 어떠한 영향 관계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두 작품은 ‘무엇인가’ 비슷하다. 약 600여 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비슷해 보이는 이유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를 두고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은 ‘연상으로부터 영감이 터져 나오는 것이며, 이 책을 보는 재미는 바로 그런 연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이 책이 문제를 던지는 것 같다. 물론 정답은 없다. 언어가 달라도, 시대가 달라도 디자인의 속성은 같고, 그 안에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래픽 500』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인 것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색다른 그래픽 디자인 입문서
영국의 출판사 ‘파이돈’은 세계 최고의 예술 전문 출판사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의 편집자들이 엄선하고 분류한 디자인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이 『그래픽 500』이다. 그들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총동원해 600년의 그래픽 디자인 역사 속에서 500개의 작품을 선정했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디자인뿐 아니라 조금은 낯선 작품들도 섞여 있지만, 디자인 역사에서 놓칠 수 없는 것들이기에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작품들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500개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배열하고 설명해 놓은 ‘연대표’ 부분도 놓칠 수 없다. 1377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불조직지심체요절』부터 2011~2012년에 독일에서 출간된 『100개의 노트-100가지 생각100 Notes-100 Thoughts』까지 500개의 작품을 통해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각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를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부족함도 있다. 각각의 작품을 따로 설명하다 보니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국내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의 글이다. ‘간략한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한국 독자만을 위한 내용을 추가했다.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모두 추구하는 『그래픽 500』은 디자인적인 영감을 채워 줄 뿐 아니라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음을 알려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