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중에서 제1장에 실린 ‘무의식의 역할’(1918년)이 다른 글들의 토대가 되고 있다. 칼 융이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바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유럽 대륙에서 빚어진 물리적 충돌은 기본적으로 심리적 갈등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칼 융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파고들면서 유럽의 갈등의 기원을 집단과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집단 무의식에서 찾는다.
칼 융은 특히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두 차계의 세계 대전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른 충돌 같은 것을 피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개인이 사회적 압력에 맞서 자신을 옹호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이 자신의 의식 세계뿐만 아니라 무의식 세계까지도 깊이 앎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또 전환시대의 문명은 인간이 자신의 다른 반쪽을 얼마나 정직하게 보느냐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칼 융의 시각이다. 심리학자로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빤히 보이는데도 그 실상을 대중에게 쉽게 전할 수 없어 애태우는 심리학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회주의가 세력을 떨치던 시기에 개인과 대중 사회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룬 6장 ‘발견되지 않은 자기’는 1957년에 발표된 책이며, 국내에서도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부글북스)라는 제목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