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그 분을 생각하면 아련한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그 분이 세상과 작별한 날로 부터 불과 6개월 뒤 조국은 해방의 기쁨을 맞는다. 그토록 바라시고 또 바랐던 하나의 조국을 끝내 보지 못하시고 떠난 그 길, 통한의 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자 당신에게 주어진 길을 한결같이 걸으신 그 분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노라’다짐했던 그분의 삶 앞에 겸허히 마주한다.
지금의 나는 과연 나에게 주어진 통일의 길을 얼마나 사랑하며 걷고 있는가 그 분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용기는 없다. 대신 저 북녘땅에서
죽어가고 있는 내 반쪽 조국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 내 곁에서 통일의 길을 함께 만들어가자 손 내밀어 주는 사람들을 온 맘으로 사랑하고 싶다. ‘통일은 과연 될까’하며 절망하고 포기하고픈 그 순간에 ‘포기를 포기하자’는 말로 토닥토닥 어깨 두드려 주는 통일의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을 만큼’ 살아갈 자신 역시 추호도 없다. 그래도 통일된 조국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나 그대를 위해 한 점 부끄럼 없이 통일을 사랑하고 그 길을 위해 온 맘을 헤아렸다”는 고백 정도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하고픈 친구가 있을진대 바로 그 친구가 통일이면 더없이 좋겠다는 소박한 소원을 담아본다.
우리의 일상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와 같은 통일을 그대의 가슴에 새기리라. 통일조국, 그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순간. 통일을 위해 내가 살아 있었노라 발버둥 치는 그 흔적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