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도쿄구울:re〉 등이 연재되고 있는 일본 청년만화잡지 「영점프」의 새로운 기대작으로, 이미 2015년 코믹나탈리대상 2위, 2016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자편 2위, 2016년 일본만화대상 수상 등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품. 2014년 원작사 잡지 지면에 연재가 시작되면서 국내 만화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작품이지만 시대배경이 국내에서 다루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정식발매에까지 이르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게 됐다.

혼란스러운 전쟁통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 모험 활극!

국내 출판이 조심스러웠던 이유는 작품 첫 장면부터 알 수 있다. 회상으로 펼쳐지는 무대는 1904년 203고지. 1904년이면 바로 러일전쟁이 일어났던 해다. 멀쩡히 우리 땅이던 독도가 갑자기 임자 없는 섬이 돼버렸다고 노래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바로 그 전쟁. 열강들에게 힘없이 이리 저리 채이던 우리야 당연히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역사이지만, 일본 역시 초강대국을 이겼다고 으쓱하기엔 전비만 당시 1년 국가예산의 8배, 전사자는 5만에 가까울 정도로 피해가 막심한 전쟁이었다. 이때 일반 국민의 삶은 피폐 그 자체였는데, 〈골든 카무이〉는 이때의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 활극이다.

황금 20관은 어디에?

인피(人皮) 지도를 얻는 자가 부를 거머쥔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주인공 스기모토는 죽은 전우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일확천금이 필요한 상황. 안 그래도 전쟁 통에 나라 경제가 망가진 덕에 먹고 살기도 힘든 판이라 큰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약 없이 사금을 캐는 일뿐이었는데, 우연히 귀에 들어온 일확천금의 실마리와 아이누족 소녀와의 만남이 스기모토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금괴의 단서는 오직 과거 탈옥한 죄수들 몸에 그려진 지도들뿐.

문제는 이 사실을 아는 자가 주인공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교도소, 군부, 전직 신선조 등 하나 같이 쟁쟁한 상대들로, 이들은 원래 국가조직 체계 안에 속해 있어야 하지만 전시 상황을 틈타 정부의 통제력을 벗어난 조직들이다. ‘난세'에 이들만큼 골치 아픈 상대는 없다. 과연 사방의 견제를 뚫고 스기모토 일행은 무사히 황금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소외된 자들의 몸부림!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생존경쟁!!

이 모험 활극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주인공 측 콤비의 설정으로, 두 사람 모두 당시 정책에 의해 소외 혹은 제거 대상이라는 것이다. ‘불사신 스기모토’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혁혁한 무공을 세운 스기모토는 원래대로라면 타의 모범으로 무공훈장을 받고 나름 풍족한 생활을 했을 법하지만 상명하복의 군국주의 사회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상관 폭행’을 저지른 후 완전히 제도권 사회에서 버려지고 만다.

스기모토의 파트너 역인 아시리파는 아이누족의 후손.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이나 에스키모가 그렇듯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전통으로 부국강병과 산업화 사회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당연히 도태, 격리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덤으로 아시리파를 따라다니는 홋카이도 늑대 역시 당시 사람들 입장에서 구축 대상으로 학살당해 현재는 멸종된 종이다.

특히 작가는 작품 속에서 현재 일본 내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아이누족의 언어나 생활양식 소개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정식 한국어판 원작사의 협조로 아이누어 표현방식에 있어 전문 교수의 자문을 받아 최대한 원음과 가깝게 표기하고 있다.

작품 내에서 이들은 아무런 외부의 도움 없이 각자의 능력만을 이용해(스기모토는 전쟁을 통해 배운 생존기술을, 아시리파는 아이누에게서 전승되어 온 지혜를 통해) 어떻게든 난관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한편 이들이 맞서야 하는 상대는 조직화된 엘리트 집단이다. 이들을 상대로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 없다고 여겨진 스기모토와 아시리파가 어떻게 살아남아 황금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인피지도라는 충격적 설정과 긴박감 넘치는 액션이 탄탄히 받쳐주는 웰 메이드 모험 활극! 만화팬들에게 향후 작품의 진행이 궁금해지는 수작이 하나 더 추가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