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을 표방한 유미주의 운동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 시인이자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오스카 와일드의 대표 희곡이다. 날카롭고 재치 있는 언어로 빅토리아 시대의 통속적인 도덕과 양식을 조롱하고 공격했던 그는 작품 속에서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색채를 통해 추함과 악과 병폐 등을 드러낸 반면 그 안에서 시적인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다. 이는 『살로메』에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살로메 이야기는 「마태복음」 14장 6-11절과 「마가복음」 6장 17-28절에 실린 짧은 에피소드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에피소드에서 살로메를 가져와 19세기 위험하고 관능적인 여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만들었다. 비정상적 에로티시즘, 죽음과 피, 그로테스크한 상징으로 대변되는 이 작품의 이미지는 삽화가 오브리 비어즐리를 통해 한층 강화되며, 시처럼 흐르고 음악적이며 은유로 가득한 문장과 어우러져 아름답지만 무자비한 파괴적 힘을 지닌 여성인 살로메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살로메』에는 번역본과 더불어 영역본이 담겨 있다. 오스카 와일드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알프레드 더글러스 경이 번역한 것이다. 여기에 2008년에 한 차례 『살로메』를 번역한 바 있는 권오숙 교수가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메워, 보다 풍부하고 꼼꼼한 해설을 담았다. 번역본뿐만 아니라 영역본과 해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살로메
“아, 당신은 내가 당신 입에 키스하게 해 주지 않았지, 이오카난. 자! 이제 키스할 거야. 잘 익은 과일을 깨물 듯이 내 이로 당신 입을 깨물 거야. 그래, 이오카난, 난 당신 입에 키스할 거야. 내가 그럴 거라 하지 않았던가? 내가 그럴 거라고 했잖아. 아! 이제 당신 입에 키스할 거야…….
아! 당신 입에 키스했어, 이오카난, 당신 입에 키스했다고. 그런데 당신 입술에선 쓴맛이 나네. 피의 맛인가? 아니, 아마 사랑의 맛이었을거야…… 사랑은 쓰다고들 하잖아. 하지만 그러면 어때, 그럼 어떠냐고? 당신 입에 키스했는데, 이오카난, 당신 입에 키스했다고.”